일선 도장에서는 2개월에 한번, 혹은 분기별로 승급심사를 합니다. 이때 각 도장에서는 심사위원을 초빙하고 학부모를 초대해 자녀들의 태권도 수련도(修練度)를 보여줍니다. 일부 도장은 승급심사를 ‘학부모 참관수업’이라고 부제를 붙여 학교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다채롭게 하는 추세입니다.

어쨌든 최근 들어 일선 도장에서는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정신, 신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승급심사를 통해 학부모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를 구태의연하게 시행하거나 형식적으로 하는 도장도 더러 있습니다. 이처럼 형식적인 승급심사로는 가뜩이나 운영난을 겪고 있는 일선 도장을 더욱 힘들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승급심사를 해야 바람직할까요. 사례를 보시죠.

서울 S도장 승급심사.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도장 한쪽에 학부모가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사범 2명은 수련생을 집결시켜 놓고 승급심사를 총괄하는 관장의 모습을 주시합니다. 이때 관장이 도장 한가운데로 나와 학부모께 정중하게 인사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도 자녀들을 격려해주시기 위해 도장을 찾아주신 학부형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도장의 특징, 이를테면 수련프로그램, 시설 및 용구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지도철학과 교육관을 덧붙입니다. 도장 홍보를 하는 것이죠.

한 태권도컨설팅 관계자는 “자녀들의 수련도를 보기 위해 도장을 찾은 학부형들에게 도장의 특징과 교육관을 제시하는 것은 홍보 전단지 몇 천장을 배포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말합니다.

한편 관장이 설명을 마치자 본격적으로 승급심사가 시작됩니다. 사범은 재빠르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수련생을 도장 뒷쪽으로 집결시켜 놓고, 유급자 하얀띠-노랑띠 수련생을 거명합니다.

이때 눈여겨 볼 것은 수련생이 자기 자신을 자세하게 자기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녀들을 지켜보는 학부모의 심경을 고려한, 고도의 전략입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혹 실수는 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게 마련이고, 자신의 자녀가 돋보이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승급심사는 유급자와 유품자로 구분, 철저하게 수련의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유급자도 3개로 나누고 유품자는 각 품마다 나눠 태권도 동작과 보조운동을 수련도에 따라 다양하게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면 유품자의 경우 △1품은 기본동작, 고려품새, 전방, 후방, 측방, 회전낙법 △2품은 이동 발차기, 단검술 △3품은 낙법 발차기, 뜀틀 밟고 미트차기, 이단 옆차기, 벽 짚고 높이뛰어 오르기, 장애물 뜀틀 낙법, 호구 겨루기 등….

관장은 적절하게 수련시범에 관한 설명을 덧붙여 학부모의 이해를 돕고, 아울러 도장의 수련 프로그램을 설명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계별 수련시범을 학부모에게 보여줌으로써 수련도에 따라 수련생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수련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즉 태권도 기본기 숙달정도, 난이도 시범, 강인한 체력, 기초체력 향상 등을 단계별 프로그램에 의해 체계적으로 선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도장의 이미지를 높이고 학부모 신뢰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학부모들이 직접 나와 자녀와 함께 발차기를 하거나 격파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범과 관장의 ‘지도철학’을 승급심사에 투영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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