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 선수가 대전하는 가운데 ‘그냥 서있는 시간’이 경기 전체 시간의 37%나 차지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녀 모두 2분 3회전 겨루기 경기를 치를 때 각 회전 사이의 ‘휴식’, ‘시간’, ‘계시’등의 시간을 포함한 전체 경기시간을 약 10분으로 잡으면 3분 42초 동안은 공격과 수비가 이뤄지지 않고 서 있는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고의민 세계태권도연맹(WTF) 기술위원장이 캐나다태권도협회 주최 여자초청경기대회, US 오픈대회, 유럽선수권대회(독일), 유럽단체대항선수권대회(스웨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베트남), 월드컵단체대항선수권대회(태국), 코리아오픈대회(한국) 등 7개 국제경기대회를 종합 조사한 결과 ‘그냥 서있는 시간’, 다시 말해 발놀림(스텝)을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태권도 경기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분석자료에 기초해 어느 경기에나 똑같이 주어지는 2분의 휴식시간(각 회전 사이마다 1분)을 제외하면 ‘그냥 서있는 시간’은 경기 시간의 46%,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고 위원장은 서로 잡고, 붙는 시간 90초(15%), 한계선 밖으로 나가 지연된 시간과 넘어져 지연된 시간 30초(5%), 보호대를 고쳐 착용 하는 시간 30초(5%), 부상이나 엄살로 지연된 시간 60초(10%)를 각각 차지했다며 한 경기당 선수들이 공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48초(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경기규칙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개선해 나가야만 관중들에게 흥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며 개선책도 제시했다.

감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주의’보다는 강력한 ‘경고’조치로 경기 중 선수들의 불필요한 행동들을 줄여야만 한다며 10초간 공격하지 않는 행동, 고의적으로 넘어지거나 한계선 밖으로 나가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강력히 자제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 위원장은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월드컵단체대항선수권대회, 코리아오픈대회 등의 국제경기 100경기를 분석한 결과 한 경기에서 평균 51번의 공격이 이뤄졌다며, 매 경기마다 80~100개의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기량이 월등한 선수가 이길 수 있도록 경기규칙을 손질하고 적용한다면 미디어와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45경기를 조사한 결과, 1,310번의 공격을 시도해 329번이 득점으로 표출됐는데, 얼굴공격으로 득점한 경우는 13번에 불과했다며, 최소한 33번 정도의 얼굴공격 득점을 이끌어내야만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굴공격시 득점을 2점에서 3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등 부위의 공격에 득점을 인정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수십종류의 발차기 기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돌려차기위주의 단순일변도의 기술만 구사되는 이유는 등 부위의 득점을 인정하는 규칙 잘못에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등 부위의 공격에 득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뒤로 돌아 공격하는 기술(예 돌개차기) 등 고난도의 기술은 구사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양한 기술발휘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고위원장은 주먹공격도 심판들이 유효득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잘못이며, 각종 보호대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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