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이 북경 세계선수권대회에 성공적인 도입하기 위해 내년 2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전자호구 테스트대회가 개혁평가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WTF가 테스트대회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페어플레이위원회’창립총회를 겸해 열린 전자호구 시연회 모습.

WTF는 지난 9월 11일 전자호구 개발업체인 “라저스트(LaJUST)와 5년간 전자호구 공인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르면 내년 5월 중국 북경에서 열릴 제18회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전자호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었다.

공인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2008년 북경올림픽 만큼은 전자호구를 꼭 도입해 태권도 경기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판정시비를 없애겠다고 강조해왔던 WTF와 조정원 총재의 실천의지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여론이 나왔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자호구 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전자호구는 구체적인 디자인 문제만 WTF 전자호구특별위원회에서 조정해 라저스트측에 제시하면 대량생산체제를 가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디자인이 결정되지 않아 대량생산체제 가동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였다.

WTF는 디자인 문제를 개혁평가위원회에 참석한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제시해 결정하는 한편 테스트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내년 2월 23일 경 수원에서 오픈대회 성격으로 전자호구 테스트대회 개최가 검토됐었다.

임윤택 WTF 경기· 심판부 총괄 사무차장은 지난 22일 “남녀 각각 4체급 올림픽체급으로 전자호구 테스트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내년 북경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대회를 개최, 실제경기에서 사용해 문제점을 보완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개혁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전자호구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함께 테스트대회 자체를 반대했다는 소문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참석위원들 사이에서 “전자호구 공인계약을 한 기업에 독점으로 준 것은 문제가 있다”, “왜 한국기업이 전자호구 공인업체가 돼야 하는가”, “전자호구를 북경올림픽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등등 전자호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테스트대회 개최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문동후 WTF 사무총장이 전자호구 도입을 반대했다는 소문도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 총장은“현재 (개혁평가위원회)회의록이 참석위원들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고 총재님께도 구체적인 부분까지 보고를 못해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전자호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내가 전자호구 공인을 체결한 사무처의 총장인데 디펜딩(방어)했으면 했지 어떻게 전자호구 도입을 반대 했겠는가”라며 일련의 소문을 일축했다.

WTF가 아직까지 개혁평가위원회 회의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참석위원들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소문의 진위 여부는 다음 주 회의결과 발표에 따라 판가름날 예정이다.

하지만 전자호구 테스트대회는 내년 북경 세계선수권대회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테스트대회가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2008년 북경올림픽 도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또한 테스트대회 자체가 무산될 경우에는 WTF의 정책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질 판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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