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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어떻게 태권도 강국이 되었나?
이란협회 풀랏가르 회장에게 듣는다.
“한국 팀 전지훈련, 쌍수 들어 환영”
  • 양택진 기자
  • 승인 2015.08.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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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경기장 입구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이란태권도협회 세예드 모함마드 풀랏가르(Seyed Mohammad Pouladgar) 회장이 경기장 입구서 이란 선수의 머리를 끌어안고 기도와 격려를 전하는 익숙한 풍경이다.

풀랏가르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버지들과 친구들이 너와 함께 한다. 이란태권도협회가 항상 너의 뒤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긴급구조 태권도' 녹화 중인 이란태권도협회 세예드 모함마드 플랏가르 회장
이란은 어떻게 태권도 강국이 되었나?

메이저 국제대회서 이란 남자 선수가 결승전에 오르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이란을 응원하는 자국 선수단과 상대선수를 응원하는 이란 외 국가들의 응원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 반 한국정서가 있었다면 이제 반 이란정서가 경기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이점이라면 반 한국정서는 메달 독식과 판정에 대한 불신이었고, 반 이란정서는 태권도 최강국에 대한 질투와 견제 발을 많이 사용하는 이란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에 대한 반감이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이란 태권도가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이라는 점이다.

무주 태권도원 T1 경기장서 열린 제2회 세계카뎃태권도선수권대회 첫날, 이란이 남녀 5체급서 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지난 24일 인터넷 방송 ‘긴급구조 태권도’ 녹화장에서 만난 풀랏가르 회장은 “예상은 했었다. 세계대회와 아시아대회서 챔피언 기록을 갖고 있는 카뎃 선수들이 출전했고, 수개월 전부터 합숙훈련을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3개월 전부터는 무주와 비슷한 환경의 이란 북부지역에서 아침, 저녁으로 합숙훈련을 실시했다. 시니어 뿐 만 아니라 카뎃 부문에서도 이란 30개 도 중 29개 도가 리그전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대표 선수들을 선발하고 있다. 시니어, 주니어, 카뎃까지 모두 연 14회의 리그전 속에서 실전을 거듭하며, 훈련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역시 태권도 종주국답게 어떤 나라보다 많은 선수와 팀, 그리고 대회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이란은 상승세를 타고 한국은 늘 전전긍긍하는 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풀랏가르 회장은 이란 국내 리그전을 손꼽는다.

이란은 일년 55-56주 중 36-37주가 태권도 리그전이 열린다. 리그전을 통해 카뎃, 주니어, 시니어 선수들이 매번 격돌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순위가 결정되고, 뒤바뀐다. 리그전이 기량향상의 가장 큰 핵심이라는 것이다.

플라가르 회장은 “20년째 국내 리그전을 실시하고 있다. 리그전이 경기력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태권도, 투자와 저변의 질이 다르다

여기에 또 하나, 태권도가 스포츠 종목 중 이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다.

이란에서는 선수들이 생계에 상관없이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도협회 차원에서부터 지원을 한다. 한 달에 두 번씩은 도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을 따로 모아 훈련을 시킨다. 여기에 실업 팀 선수들의 경우 회사들 간 경쟁관계로 인해 선수 개인에 대한 투자 역시 적지 않다.

태권도 인기 역시 한국과는 다르다.

스포츠 방속, 주말 황금시간대에 태권도 경기만 내보내는 채널이 따로 있을 정도다.

플랏가르 회장은 “TV 방송을 통해 선수들 개개인이 광고가 되고, 여기에 투자가 뒤따르고,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하고 싶어하는 선수층 저변이 확보된다. 이란에서는 축구, 농구, 골프와 같은 프로종목에 비해 태권도의 인기가 밀리지 않는다”고 밝힌다.

지난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서 만난 이란 기자 역시 한국에서 유니버시아드기간 중 태권도 경기가 방송되지 않은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란은 국내총생산(GDP) 3,935억$(세계 28위), 1인당 GDP 4,983$(세계 95위)의 국가, 결국 투자의 질이 다르다는 뜻이다.

   
카뎃 대회서 우승한 이란 여자 선수의 세리모니 장면.
이란 태권도, 여자 선수들의 약진 주목

최근에는 이란 여자부의 자연스러운 성장세 역시 눈에 띈다.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서는 여자 +73kg급에서 코다반데흐 아크람(KHODABANDEH Akram)이 한국의 김빛나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고, 여자 -57kg급서는 이란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Kimia ALIZADEH ZENOORIN(IRI)이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서 영국의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이드 존스를 누르고 동메달, 그리고 월드태권도그랑프리시리즈 모스크바 2015서도 결승전서 제이드 존스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플랏가르 회장은 “최근 이란 여자 선수들의 약진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다. 복장과 문화에서 남성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히잡을 쓰고 경기에 출전해도 좋다는 세계태권도연맹의 배려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처녀출전이 씨앗이 되어 조금씩 성장해왔다. 특히 이란 여자 선수들의 경우 남성들과 같이 훈련할 수 없고, 훈련 시간도 다르지만 의지만큼은 남자선수들보다 더 높다. 얼마 전에는 국제대회서 우승한 여자선수에게 대통령이 직접 축전을 보내왔고, 포상 역시 남자들과 똑같다”고 설명한다.   

이란 태권도, 이제 한국도 배워야 한다

이란이 태권도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은 항상 이란을 경계했다.

되짚어보면 이란 기술위원장인 강신철 관장(남창도장)과의 교류를 제외하면 한국과 이란은 전지훈련을 포함해 태권도 경기력 측면에서 직접적인 교류의 흔적이 많지 않다.

풀랏가르 회장은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한국과 이란은 우호적인 관계이며 절대 나쁜 관계가 아니다. 늘 한국에 오기를 희망하지만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28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란의 파지르오픈의 경우에도 항상 한국 팀을 초청했지만 오지 않았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컵 대회의 경우 현지 한국업체의 지원으로 잘 치르고 있다”고 밝힌다.

“그렇지만 거리감이 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대한태권도협회가 어느 국가협회보다 항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인다.

한국의 이란 전지훈련 가능성에 대해서도 풀랏가르 회장은 흔쾌히 수용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경쟁할 수 있고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최근에도 5개국서 이란에 전지훈련을 왔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온다면 우리는 대표 팀이 하고 있는 모든 훈련과 기술을 오픈할 것이다. 한국과 이란은 끊을 수 없는 비슷한 감성적 문화를 지니고 있다. 치안과 문화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란은 전 세계적으로 손님에게 호의적인 나라이다. 걱정하지 말고 와 달라”며 반색했다.

인터뷰 말미 풀랏가르 회장은 ‘왜 이란을 적대시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스스로 이렇게 답했다.

“카뎃 대회 첫날 한국 선수들 중 이란 선수에게 진 선수들이 몇 명인가? 2명이다. 다른 3명의 한국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졌다.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나라는 이란 뿐 만 아니다. 이미 다른 국가들에서는 태권도 경기력에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인터뷰 중 풀랏가르 회장은 조심스럽게 비공개를 전제로 한 가지 얘기를 털어놓았다. 20여 년 전 이란 팀이 한국에 전지훈련을 왔을 때 모 대학과 실업 팀에서 합동훈련을 대가로 비공식적인 금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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