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경기도 화성군 청소년수련시설 '씨랜드'에서는 방 안에 피운 모기향이 주변시설로 옮겨 붙어 불이 나면서 어린 유치원생을 포함, 스물세 명의 목숨을 잃은 참혹한 결과가 빚어졌다.

당시 조립식 건물에 난연(불에 잘 타지 않고, 불이 붙어도 스스로 꺼지는 성분) 처리만 제대로 되어 있었더라면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놀이시설이나 어린이집에서는 꼭 난연제로 마감을 해야 하도록 법이 만들어졌고, 바닥의 매트도 꼭 난연 매트를 설치하게끔 규정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이 매일 같이 뛰고 운동하는 일선 태권도장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자가 찾은 A 태권도장은 난연제로의 마감은 고사하고 바닥 전체에 깔려 있는 매트도 일반 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일반 EVA 매트였다. EVA 매트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화재 발생 시 열에 취약하고 불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B 태권도장은 EVA 매트 위에 소위 ‘가빠’라고 불리는 타포린 커버를 씌워 사용하고 있었다. 이 커버 역시 합성수지로 불에 안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반 EVA 매트와 같이 오히려 불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태권도장 관장은 “난연 매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가격이 일반 매트보다 비싸서 부담이 된다. 규정이 없는데 굳이 비싼 난연 매트를 쓸 이유가 없다.” 말한다. 심지어 B 태권도장 관장은 난연 매트가 뭔지도 모르고 화재에 대한 기본수칙 조차도 숙지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 일선 태권도장들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난연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없고, 화재에 대한 안전과 예방 교육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1월부터 태권도장 차량의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어린이 안전교육 및 통학차량 안전관리 개정」시행에 따른 안전시설 설치 및 신고 의무와 관련된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이 의무에 따라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를 태우는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은 ‘노란색 도색’ ‘경광등과 보조발판, 어린이용 안전벨트 설치’ 등 안전시설을 갖추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안전시설의 미신고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어린이의 안전띠 미착용 시에도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심하게도 당국의 안전 대책이란 이렇듯 즉흥적이고 대증적 처방일 뿐이다. 안전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 한 번 나는 데 따라 그에 대한 응급책을 찾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비용 절감, 수익 증대에만 몰두하면 위험

그나마 태권도 일각에서는 차량 안전도 중요하지만 영세한 도장들을 지원해 줄 방안도 찾아주어야 하지 않느냐며 차량 안전시설 설치 부담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요구하지만 현실적인 요구로 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태권도장의 안전을 위해 태권도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도장의 안전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에만 몰두하고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안전 불감증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무서운 재앙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안전 불감증이 도장의 부실한 관리로 이어져 차량 사고나 화재 사고에 원인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커녕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재난의 악순환을 끊어 버리기 위해 우리 일선 태권도 관장들이 먼저 나서 스스로 화재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태권도 관련단체들도 적극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해 이 땅에서의 재난 추방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할 것이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goodoo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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