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반드시 된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73kg에 출전한 오혜리는 종료 1초를 남기고 회심의 왼발 뒷꿈치로 득점을 뽑아내며 세계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했다.

오혜리는 지난 2011 세계태권도선수권 당시 프랑스의 글래디스 에팡에게 우세승을 내어주며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3 세계선수권때는 부상으로 인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면서 국제무대와 멀어졌고, 부상 회복 후에는 지난 2013년 영국 맨체스터 그랑프리시리즈에 출전했으나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해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오혜리가 국제무대에서 다시 재기를  꿈꾼 건 지난해 12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열린 ‘2014 월드컵태권도단체대항전’. 당시 오혜리는 5인조단체전 한국 여자대표 팀으로 출전했으며, 중국을 맞아 우승팀에 오르면서 랭킹포인트 20점을 획득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오혜리는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열린 국가대표최종선발전에서는 이인종을 상대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투지를 보여줬고,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왼발을 이인종의 머리에 꽂으며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오혜리는 지난 선발전에 대해 “당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좀 힘들었다. 제주도에 내려가기 전까지 가족들은 얘기를 하지 않았고, 계체 전날 비보를 접했지만 장례식에 참석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들 모두 배려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이 내게 거는 기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회상했다.

오혜리는 국내 언론의 ‘국내용’, ‘만년 2인자’ 평가에 대해 본인 스스로 잘 알지 못했다. 오히려 “나만 모르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1등이 아니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냉철한 세계에 대해서는 부담도 크고 마음 한 켠에 억울함에 대한 응어리도 있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도 ‘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많이도 져보고 해서 지는 것에 대한 울분이 있었고, 내가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특히 부상으로 인해 몇 차례 국가대표 선발을 놓친 적도 있고 해서 선발전 이후에는 ‘부상만은 당하지 말자’라는 의지를 가지고 훈련에 임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후 오혜리(오른쪽)와 장정은 세컨드가 환호하고 있는 장면.

“내일 우승하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했다. 선생님(장정은 코치)과 상의도 해볼까 했지만 아직(경기를 앞두고)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혼자만 우승하면 이렇게 해야지 생각했다.”

오혜리는 전날 밤 자신이 생각했던 세리머니를 우승 직후 바로 보여줬다. 종료 1초전 극적인 득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경기종료 부저가 울리자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관중석을 향해 자신이 우승자임을 알렸다.

이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의 세켄드인 장정은 코치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KOREA가 적힌 피켓을 들고 코트를 돌며 한국의 여자부 종합우승과 자신의 첫 세계대회 금메달에 대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오혜리가 첫 세계대회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은 것은 ‘간절함’ 이었다.

“이번에 간절히 소망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국내대회에서도 매 경기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절하게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이번 세계대회에서도 그 간절함이 날 챔피언으로 만든 것 같다. 준결승과 결승 모두 종료직전 득점을 뽑아 올라온 것도 그렇고 간절함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취재=태권도전문기자회>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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