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대학 새내기가 혜성처럼 세계대회에 등장해 높은 발로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무대를 장악했다.

184cm의 큰 키, 끊임없는 압박 전진스텝, 높은 타점과 영리한 플레이를 구사하는 스무살 김태훈을 막을 선수는 없었고, 주니어대표 경험 없이 단숨에 세계를 정복했다.

세계선수권 2연패를 이룬 김태훈의 세리모니 장면.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 결승무대에 선 김태훈은 개최국 러시아의 스타니슬라브 데니소브를 14대 7로 제압하고 세계선수권 2연패에 올랐다.

세계대회 2연패의 부담은 없었을까?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2연패는 별로..., 그냥 우승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1994년 광복절에 태어난 김태훈이 태권도 선수로 들어선 것은 먼저 태권도를 시작한 두 살 터울 누나 김나연을 따라 평원중에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태권도 겨루기가 재밌었고, 재밌어서 누나를 따라서 태권도 선수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김태훈이 본격적으로 태권도 선수를 한다는 것을 만류했다. 큰 딸이 힘든 훈련을 거쳐 태권도 선수를 하는 것을 보고 아들도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어머니는 말렸지만, 아버지는 하라고 하셨어요. 아마 아버지는 태권도 선수가 얼마나 고되게 훈련하는지 모르셨나봐요”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대학 때까지 태권도 선수를 했던 누나는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중고등학교 체육강사를 하고 있다.

그 후 김태훈은 전국체전, 중고연맹회장기 등 주요 대회를 휩쓸었고, 날카롭고, 더 영리해졌다.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이후 김태훈이 버티고 선 남자 -54kg급은 국내 무대서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왼발을 앞에 두지만 유연한 오른발이 뒤에 버티고 있었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그의 경기 스타일은 선수, 지도자 할 것 없이 스탠다드가 되었다.

같은 체급 고교 기대주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단연 김태훈의 상대 압박 능력은 닮고 싶은 1순위였다.

첫 세계제패 후 김태훈은 올림픽 체급으로 출전한 남자 -58kg급 그랑프리시리즈서도 확실한 리우올림픽 자동 출전 티켓 확보 선수로 떠올랐다.

2013 맨체스터 월드그랑프리파이널 2위, 2014 아시아선수권 1위, 2014 인천아시안게임 1위, 2014 쑤저우 월드그랑프리시리즈 1위... 승승장구했다.

남자 -54kg급 월드챔피언 김태훈.

상대는 이란의 파르잔 아수르 자데 팔라. 파르잔은 2014년 시니어무대로 올라오면서 아시아선수권, 맨체스터 그랑프리시리즈서 한국 선수들을 점수차승으로 제압하며 경계대상 1위로 이미 떠올랐다.

김태훈에게는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설욕해야 할 파르잔. 지난 그랑프리파이널 이후 모교인 동아대서 파르잔을 대비한 새 전략을 짰고, 올해 국가대표최종평가전서 훈련의 성과를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랑프리시리즈서의 리벤지매치. 그리고 진정한 올림픽챔피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리우에서의 격돌이다.

김태훈 역시 첫 패배에 대해 “같은 체급 한국 선수들이 파르잔에게 점수차패를 당하다 보니 솔직히 잘해서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부담도 있었다. 막상 처음 맞붙어보니 몸통 공격 포인트도 다양하고 힘도 좋았다. 경쟁 선수들 중 가장 까다롭다”고 경계한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남은 그랑프리시리즈, 파이널대회서도 우승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올림픽까지 가는 과정이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내 기량을 다 발휘해 볼 수 있는 시험과 점검의 무대로 삼고 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 모든 것을 리우에서 터트리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1진 입촌 3년차, 동아대학교 캠퍼스 생활도 하고 싶고, 같은 학과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청춘답게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은 김태훈. 그러나 올림픽 무대 진정한 왕좌에 앉기 위한 김태훈의 D-day는 이미 시작되었다.

<첼랴빈스크=양택진 기자>

첼랴빈스크=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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