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독일 가르미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한국이 12년 만에 세계선수권 플라이급서 금메달을 따냈다.

12년 간 세계선수권 플라이급서 움추려있던 한국의 자존심을 세운 새 챔피언은 경희대 2학년의 하민아.

2015 첼랴빈스크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9kg급 챔피언 하민아.

16강전서 세계선수권 3회 우승, 유럽선수권 4회 우승. 경주 세계선수권 3위,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관록의 정통파 스페인의 브리히떼 야게 엔리께를 4대 2로 잡을 때 까지만 해도 금메달까지는 여전히 거대한 벽이 버티고 있었다.

바로 절정의 기량으로 세계선수권 무대에 귀환한 중국 태권도의 자존심, 설명이 무색한 올림픽 2연패의 우징유와 결승전서 만날 운명이었다.

결승 3회전 10초를 남기고 3대 1로 뒤진 상황에서 하민아에게 믿을 건 역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질기게 반복해 온 오른 앞발. 7초에 1 점차 추격, 우징유의 신승으로 끝날 것 같던 종료 1초를 남기고 고집스럽게 다시 돌진한 하민아의 오른발이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골든포인트서 다시 하민아의 오른발이 우징유의 빈틈을 찾아 꽂힌 순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죽(竹)벽이 무너지며 복병에서 신성, 그리고 첼랴빈크스 트락토르 아레나의 챔피언이 되었다.

도핑을 끝내고 한국선수단에 돌아간 하민아는 땀과 눈물로 절어버린 도복을 빨았다. 도복을 빠는 순간에도 챔피언이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새벽시간인 한국에서 보내온 축하문자에 일일이 답장을 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된 실시간 경기중계를 본 부모님,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 민서의 울먹이는 축하 전화를 받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챔피언’이라는 낯선 단어가 진짜 이루어졌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좋으면서도 신기해서 잠을 이를 수 없었다.”

하민아는 서울체고 시절, 2012년 이집트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에서는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고 3때인 2013년,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 파견을 위한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대회 8강전 종료 직전 5대 1로 앞선 상황에서 갈려 후 공격에 의한 반칙패로 좌절했다.

반칙패에 의한 좌절의 후유증은 컸다. 슬럼프에 빠진 하민아는 남은 대회서 이렇다 할 성적없이 패배를 거듭했다.   

리우올림픽 도전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는 하민아.

결심은 지난해 대한태권도협회장기 대회 이후였다.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진 파트너로 태릉에 입촌하면서 국가대표 1진,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그리고 리우올림픽까지 목표가 생겼다.

랭킹포인트 7.2점, 이 체급 세계랭킹 96위의 국제무대 무명. 한 번만 실패해도 다시는 잡지 못할 기회였다.  

그리고, 14일(현지시각) 저녁 트락토르 아레나 메인코트, 하민아는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목표의 절반을 이뤄냈다. 우징유를 잡아내며 단숨에 10위권 바깥으로 도약했다.

세계선수권 정상과 함께 리우올림픽을 향한 그랑프리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는 실탄은 마련한 셈이다.

“우징유에게 2점차로 3회전이 끝나갈 때에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나에게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하게 만들어 그랑프리시리즈를 준비하겠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하민아는 서울체고 동기이자 단짝 김다영(한국체대 2, 세계선수권 여자 -57kg급 출전)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체고 시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간 개인훈련을 함께하며 밀어주고 끌어주었던 사이다.

“내가 골든포인트서 금메달을 따고 다영이가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집트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때는 같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해 서운했다. 고등학교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다영이와 이번만큼은 함께 기쁘고 싶다.”

<첼랴빈크스=양택진 기자>

첼랴빈스크=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첼랴빈스크=양택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