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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태권도 통합 산넘어 산활발할 교류와 통합 위한 전제조건은 '남북 화해 무드'
ITF 국내 협회 창립은 남북 통합논의 전혀 도움 안돼

 남과 북의 태권도 관계는 남한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이해관계와 남과 북의 정세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90년대 이전 까지 남과 북의 태권도는 별다른 접촉이나 교류 없이 각자의 길을 걸어 왔다. 남과 북의 태권도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한 건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90년 4월, 남한의 체육부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세계태권도연맹이 국제태권도연맹을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체육부는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 태권도 체제로는 남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의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당시 국제태권도연맹 이기영 사무총장은 남한에 서신을 보내 태권도 통합을 제의해 왔다.
91년 5월에 발송된 이 서신에는 제 3국에서 양쪽 단체의 사무총장이 만나 태권도 통합을 위한 1차 실무자 협상을 갖자고 제의하고, 세부적 협상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계태권도연맹 측은 “만나서 대화하는 것은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반겼고, 대한태권도협회 측은 남북체육회담에서 북측이 제안할 것으로 보인 시범 경연과 선수 교환 경기를 준비했다.

 이처럼 화해무드를 타던 남과 북의 태권도 교류와 통합 움직임은 정치적인 문제로 흐지부지됐고. 90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세계태권도연맹이 주도한 태권도가 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무산되자 급속히 냉각됐다.

 당시 김운용 총재는 국제태권도연맹의 방해 공작으로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되지 못했다며 분개했고, 체육청소년부는 북한이 지원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이 제의한 태권도 교류를 거절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남과 북의 태권도 교류는 냉기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세계태권연맹은 북한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의 실체를 파악한 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형성하게 됐다.

 그 이후 남과 북의 태권도가 다시 화해무드를 형성하게 된 동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만남이 이뤄진 2000년 6월 12일 이후부터다. 그 이후 2001년 2월, 국제태권도연맹 최홍희 총재는 판문점 시범을 추진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태권도 평화 시범단의 남북 순회 및 판문점 시범’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최 총재는 판문점 시범이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에 부응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가 계획한 시범은 성숙되지 않은 남북 정세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최 총재는 남과 북의 태권도는 반드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태권도 통합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첫째 단일팀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 기술을 통일시킨 후 기술을 교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이 동수(同數)의 통합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설파한 그는 2002년,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북한에서 타계했다.

 국제태권도연맹을 30년 동안 이끌던 최홍희 총재가 세상을 뜨자 국제태권도연맹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정통 후계자’를 내세우며 남과 북의 태권도 통합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최 총재의 아들은 최중화씨는 또 다른 조직을 만들어 장웅 총재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남과 북의 태권도 통합에 반대했다. 태권도를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이면에는 국제태권도연맹 계파 간의 힘겨루기도 숨어 있다.

 이유야 어떻든 장웅 총재는 세계태권도연맹의 새로운 수장이 된 조정원 총재를 만나 태권도 통합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장웅 총재는 자크로게 IOC 위원장에게 태권도 통합이 실현되도록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웅 총재가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은 태권도 통합에 적극적이었지만, 세계태권도연맹은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다. 태권도 통합을 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통합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세계태권도연맹 측면에서 보면, 남북 태권도 통합은 단일팀 구성만큼이나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남북이 서로 다른 기술과 경기규칙, 그리고 정치적 기반이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장웅 총재의 요청을 받아 들여 2005년 8월,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권도 기구의 기술 통합과 관련, 실무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의에서 양 측은 태권도 기술 통합을 위한 조정위원회 설치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2005년 12월 초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 대표단은 남북 태권도의 ‘통일된 발전’을 위해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 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키로 하고 공동보도문을 포함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장웅 IOC위원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창립준비위원회를 구랍 1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내 태권도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IOC의 지지를 받으며 실무차원의 통합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ITF 국내 협회창립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국내태권도계의 반응이다.

 91년 ITF가 통합논의를 제안한 이후 남북한 시번단 교류 등 여러 차례 접촉을 벌여왔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 실질적 통합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릴 전망이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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