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공정성의 단계를 거쳐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고 미디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과제 중 전자호구 기술발전을 통해 해결해야 할 관건이 바로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득점의 표출이다.

일반호구에서 반자동, 그리고 런던올림픽 이전에 이미 전자동으로 몸통 전자호구 시대가 열리면서 발 기술에 의한 몸통 득점에 대한 시비는 잦아든 듯 보였다. 그러나 태권도 발 기술에 대한 정체성 시비가 새롭게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멕시코 깨레따로 그랑프리파이널 여자 -49kg급 결승 골든포인트 득점 장면.

머리 공격에 대한 터치 개념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롯되기도 했지만 몸통 공격 역시 ‘발 펜싱’ 비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견제성 밀어차기 공격에 의한 득점이 몸통 득점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태권도 고유 기술이 사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태권도 발 기술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과 견제발에 의한 몸통 공격 득점을 옹호하는 ‘복불복적 관점’으로 대립했다.

물론 전자호구 기술발전이 거듭될수록 태권도 고유의 발 기술을 가장 잘 반영해내는 전자호구가 가장 좋은 전자호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태권도 대중화와 전자호구 기술발전의 상관관계는 태권도의 특징적 기술을 얼마나 잘 시각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전자호구 공인업체 기술발전에 대한 WTF의 주도적 역할은 부족했고, 주요대회 전자호구 선정 과정에는 불신이 일었고, 그리고 공인업체 간 공정한 경쟁은 실종되었다.

되짚어보면 WTF는 이미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전자호구 업체 선정 과정에서 런던올림픽 사용 전자호구로 결정되었던 라저스트가 잦은 기술적 오류로 비판이 일고, 스위스타이밍의 무선 송수신 평가서 대도로 결정이 뒤집어지며 라저스트로부터 피소당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일을 계기로 WTF는 런던올림픽 이후 전자호구 업체 선정에 대한 신뢰도와 기술발전 유도, 특히 2015년 세계선수권, 2016년 리우올림픽 전자호구 업체 선정에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시스템을 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WTF 주요대회 전자호구 스폰서십 계약과정과 기습적으로 이뤄진 스위스타이밍의 리우올림픽 전자호구 업체 선정 과정을 되짚어보면 전혀 그렇지 못했다.

WTF는 당초 전자호구 공인업체인 대도와 아디다스-KP&P를 대상으로 신설된 그랑프리대회를 포함한 주요 국제대회 사용 평가와 전자호구특별위원회 평가 등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평가서를 작성, 이르면 2014년 12월 경 이를 스위스타이밍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평가서를 바탕으로 스위스타이밍이 리우올림픽 사용 전자호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가서가 단순한 보고서인지, 아니면 보고서의 수준을 뛰어넘는 일종의 추천 성격이 될지는 그 경계가 불분명했지만 국제경기단체의 기술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기술적 문제에 대해 올림픽 헌장은 그 권한과 책임을 국제경기단체에 두고 있다.

공인업체 간 기술력의 우열과 WTF의 마케팅 정책, 그리고 각 대륙 혹은 국가별 전자호구 선호 등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었지만 어찌되었던 이것이 WTF가 당초 표방한 리우올림픽 전자호구 선정의 절차였다.

지난해 12월 멕시코 깨레따로 월드컵단체대항전 도중 경기가 중단되자 대도 박천욱 대표가 분주하게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장면.

2013 푸에블라 세계선수권의 경우 응찰가와 보편성, 연속성 등을 기준으로 전자호구 업체 선정을 했다고 하지만 선행주자인 대도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보편성과 연속성이 주요 평가 요인이었다고 알려진 반면, 같은 해 그랑프리 파이널대회를 포함해 지난해 WTF가 전자호구 업체를 결정한 주요 국제대회의 경우 응찰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이 알려지면서 전자호구 업체 선정을 두고 일관성과 신뢰도에 물음표가 뒤따랐다.  

WTF 주요대회 전자호구 업체 선정을 위한 기본 단계에서부터 불신이 발생했고, 이러는 사이 지난해 8월 스위스타이밍은 난징 유스올림픽 당시 전자호구 공인업체 두 곳에 기습적으로 문서를 보내 리우올림픽서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할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WTF는 “스위스타이밍이 우리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두 업체를 불러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림픽 태권도경기 기술적 사항에 대해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WTF에는 관련 공문조차 오지 않았다. 아니, 오지 않았다고 WTF는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알고 있었고, 전자호구 공인업체들을 대상으로 이 사실을 밝히지 말 것을 강제했다.

WTF가 재밌는 태권도 경기를 외치며 꺼내들었던 전자호구 기술발전 프로세스가 오염되고, 그랑프리대회 등 주요대회서 대도 몸통 전자호구 오류, 전자헤드기어 헛득점, 무선송수신 오류 등 대형사고가 터져도 수수방관하는 동안, 그리고 IF라는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스위스타이밍에 휘둘리는 과정에서 전자호구 공인업체에 대한 공정한 기술적 평가는 남의 집 일이 되어버렸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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