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파이널 우승자 차동민

노골드, 참패, 중량급 침몰, 근성 실종 등 팀 코리아를 향한 실망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스물아홉 차동민과 만났다.

Q. 그랑프리파이널 우승에 대해 부활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부활’ 이란 평가에 동의하는지?

A. 메이저 국제대회서 6년 만에 우승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2번의 선발전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2012년 이후 정상의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멈춰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고 오픈대회에 또 다른 방향에서 많은 것들을 섭렵해왔다.

Q. 베이징과 런던올림픽은 차동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A.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 건 런던올림픽이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을 앞둔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아 보니 나 스스로 운동보다는 다른 쪽으로 생각이 많이 기울었던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운동에만 전념하던 차동민과 또 다른 생각이 생겼던 차동민의 기점이 바로 런던올림픽이었다.

생각해보면 운동과 운동 외적 부분을 나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된 측면도 있다.

그렇게 두 번의 올림픽을 겪어 보니 이제는 상황이 겹쳐지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Q. 올 한해 출전한 오픈대회서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어떤 경험이 되었나?

올해 US오픈을 시작으로 호주, 경주, 태국 오픈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랭킹 1위 가봉의 안토니 오바메와는 US오픈 결승전서 만났다. 이기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오픈 대회를 다니면 얻은 가장 큰 경험은 이제 조금씩 대도 전자호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15년 간 타격이 중심을 이루는 발차기로 태권도를 했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니 이제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조금 부족한 면은 있지만 미는 발에 대한 센서 반응에 대한 감각이 생긴 것 같다. 

Q: 국내 선발전이 참 힘들다. 부상도 있었다. 다시 평가전을 준비하는 각오는?

A: 국내 선발전은 진짜..., 힘들다. 런던올림픽 선발전서 왼쪽 무릎 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런던올림픽 끝나고 무릎 수술을 한 후 다시 복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해 전국체전을 마치고 수술을 했는데 현실적으로 바로 닥친 선발전서는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올해 선발전서는 예선 1차전서 넘어지면서 다쳤다. 경기규칙이 바뀌며 동점 상황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다 발목이 돌아갔다. 그리고, 수저우그랑프리 준결승전서 런던올림픽 때 입은 부상을 또 겪었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완전히 더 심해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뛸 수 있다.

국가대표를 하면서 처음 국가대표였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 있다면 국내 선발전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제대회가 편하다.

부담없이 최종평가전에 임하는 게 가장 맞는 것 같다. 남자 헤비급의 경우 큰 기대보다는 가능성을 보는 체급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없이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의 발차기 미트를 잡아주고 있는 차동민(오른쪽)

우선 이번 대회서 대훈이와 태훈이가 잘 해주길 바랬는데 아쉽다. 그러나 이번이 끝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것들이 손톱만큼이라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인종이 누나..., 누나가 지금 33살이다. 사실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와서 힘을 받을 수 있는 건 인종이 누나 덕이다. 나이도 내가 어리고, 남자인데 인종이 누나가 하고 있는 걸 보면 더 분발하게 된다.

갈라어워즈때 후배들이 아무래도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커서 한쪽 구석에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앞에 나서는 성격은 아니지만 나라도 후배들이 더 당당하게 앞에 나설 수 있도록 격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변화를 주기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들끼리 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지금 커오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무언가 해주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Q. 덧붙이고 싶은 말은?

A: 우리 후배들 독기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털어낼 때 털어낼 줄 알아야 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배우고 다시 시작해서 가야한다. 졌을 때의 분함은 독기로만 남기로 그걸 계속 남겨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태권도 트렌드가 밀기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한국의 색깔은 아니다. 지금의 트렌드를 충분히 인정하고 그걸 넘어설 수 있는 한국 팀만의 색깔을 찾아야한다. 한국만의 트렌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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