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세계태권도연맹(WTF)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멕시코 깨레따로 월드태권도그랑프리파이널대회(3-4일)와 2014 월드컵태권도단체선수권대회(6-7일)서 대도 전자헤드기어의 ‘헛득점’이 속수무책으로 터져 나왔다.
대회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전자장비에 대한 표준화와 환경테스트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전자호구 및 전자헤드기어 상용에 대한 안정성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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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F 조정원 총재가 전자헤드기어 '헛득점'에 의해 경기가 중단되자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장면. | ||
이 같은 현상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몇 차례 다시 발생했고, 이 때마다 주심이 부심과 합의해 ‘헛득점’을 잡아주고 속개되며 경기는 수차례 지연되었다.
이 경기를 포함해 확연하게 전자헤드기어 ‘헛득점’으로 판단된 상황이 오전에만 수차례 더 발생했고, 경기 중간 전자헤드기어 뿐 만 아니라 전자호구까지 교체해가며 오전 경기가 진행되었다.
같은 날 오후 경기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여자 -49kg급 준결승 스페인의 야게 브리히다와 프랑스의 아지에즈 야스미나의 경기서도 2회전 전자헤드기어의 ‘헛득점’이 또 발생했다.
대도 박천욱 대표는 “맨체스터그랑프리서 전자헤드기어를 사용한 후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업그레이드 된 버전의 전자헤드기어를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취약성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리오픈에서 10경기를 업그레이드 버전의 전자헤드기어로 사용했는데 그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일단 여자 -67kg급 준결승 경기부터 맨체스터서 사용된 전자헤드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 파악과 대책일까?
5일(현지시각)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4 월드컵태권도단체선수권대회 오전 경기서는 ‘헛득점’ 표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날부터는 업그레이드된 전자헤드기어의 강도를 높여 사용했다.
그러나 어느 경기라고 굳이 할 것 없이 경기 중간 반복적으로 전자헤드기어 ‘헛득점’이 무차별적으로 발생했다.
대도 박천욱 대표는 입장을 바꾸어 이번에는 LED 전광판 문제를 들고 나왔다. 대도 전자호구 및 전자헤드기어가 기본적으로 자석방식으로 점수를 인식하는데, 고출력 LED 전자기장파에 의한 간섭을 받아 ‘헛득점’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이란의 경기서는 양 측 모두 전자헤드기어 ‘헛득점’에 대해 강하게 어필했고, 결국 경기 중간 코트 위에 설치된 LED 전광판을 끄고 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같은 현상은 반복되었다.
그러자 코트 위 할로겐 조명이 전파를 흡수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은 오후 경기부터였다. 우선 5인조단체전 양측 선수들이 대기상황에서 전자헤드기어를 쓰고 대기할 것이 주문되었다. 대기선수들이 전자헤드기어를 바닥에 내려두었다가 실수로 전자양말과 접촉이 되어 벌어진 현상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헛득점’으로 보이는 사례가 일부 있었지만 그 판단이 분명치 않았고, 상황은 어느 정도 안정화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대기선수들의 실수로 ‘헛득점’이 표출되었다는 설명은 이미 같은 전자헤드기어가 사용된 개인전서 발생한 ‘헛득점’에 사례로 인해 역시 정확한 원인이라고 확정키 어려운 모순이 있다.
WTF 양진방 기술위원장은 수시로 바뀌는 대도의 설명에 대해 ‘가설’ 수준이라며 현시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자호구 및 전자헤드기어 사용에 대한 WTF의 허술한 대응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전자호구는 태권도 겨루기 경기의 객관화된 점수 표출이라는 대명제가, 전자헤드기어는 같은 이유와 함께 경기를 지연시키고 흥미를 떨어뜨리는 비디오판독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WTF는 전자호구 공인 두 업체인 대도와 아디다스-KP&P의 장비에 대해 정확한 사양과 취약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야 업체의 ‘가설’ 수준의 원인에 휘둘려 우왕좌왕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대회와 그렇지 못한 대회의 이유가 말 그대로 ‘복불복’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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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팀 코치가 '헛득점'이 발생하자 항의하고 있는 장면. | ||
하드웨어 수준의 전자장비 뿐 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표준화가 필요하고, 매번 장소를 달리해 대회가 치러지는 물리적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 WTF가 이에 대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표준화의 경우 스위스 공과대학에서 진행 중인 전자호구 기준 사양 마련이 한 방편이라면, 대회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한 물리적 환경에 대한 환경테스트 및 기준 제시는 지금이라도 WTF가 적극적으로 우선 순위 이슈로 삼아야 한다.
그랑프리시리즈 및 파이널 도입 후 편차는 있지만 우수한 상위랭커들의 기량이 점점 돋보이고 있고,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 및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기 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점진적으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그랑프리파이널 및 월드컵단체대항선수권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전자장비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멕시코 깨레따로=양택진 기자>
멕시코 깨레따로=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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