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은 항상 난로위에 놓인 펄펄　끓는 주전자와 같다.

대외적으로는 17개 시도협회의 자존심을 건 대항전이기도 하지만, 전국체전 성적이 각 시도협회 집행부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고등부에서 실업팀까지 팀 존속과 예산 지원, 선수 개개인의 연봉책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이유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여기에 그즈음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시도협회를 둘러싼 정세도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다.

대회 3일째인 31일, 여고부 -62kg급 경기도 대표와 전남 대표의 경기는 심판의 오심과 승패 번복과 관련된 경기 규칙, 시도협회의 격렬한 항의까지 더해지는 종합판이었다.

KTA가 판정 번복을 하려하자 경기도협회 임원들이 운영본부로 내려와 항의하고 있다.

이 경기서 전남 선수는 3회전 종료 3초를 남기고 19대 15로 리드하고 있었다. 리드 상황에서 뒤로 빠지며 넘어진 전남선수는 경고를 받아 19대 16, 그리고 다시 재개된 경기서 전남선수가 뒤로 스텝을 밟으며 한계선 쪽으로 빠졌고 경기가 종료되었다.

이 상황에서 주심은 전남 선수의 뒤로 빠지는 경기 회피 행위에 대해 감점을 부여, 이미 경고 8개를 갖고 있던 전남 선수가 감점패를 당했다.

전남에서는 당연히 격렬한 항의를 시작했다.

결국 대한태권도협회(KTA) 김철오 전무이사 직무대행, 윤종욱 기술전문위원회 의장, 김현수 심판위원장이 모여 숙고를 거듭한 가운데 주심의 오심을 인정하고, 승패를 번복키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번에는 당연히 경기도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경기도협회 임종남 전무이사는 “판정 번복하면 오늘 경기 못합니다. 판정 번복 하지 마세요. 다 다칩니다”라며 강하게 반발, 여기에 경기도협회 임원들이 운영본부쪽으로 집결하며 결국 승패 번복 공개 방송은 무산되었다.

그리고, 다시 숙고...

결국, 주심의 오심을 인정하되 경기규칙 24조 6항 ‘주심 또는 부심의 타격의 강도, 행위의 정도, 고의성 유무, 또는 행위의 시간적 유효성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번복할 수 없다’는 내용에 따라 승패를 번복하지 않기로 다시 결정을 번복했고, 전남이 어찌된 일인지 이를 수용하면서 결론이 났다.

KTA 김철오 전무이사 직무대행(가운데)과 김현수 심판위원장(왼쪽), 그리고 김무천 사무국장이 해당 경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장면.

KTA에 요청해 해당 동영상을 면밀히 본 결과 경기가 재개된 상황에서 전남 선수는 뒤로 스텝을 밟으며 빠졌고, 2번째 스텝이 뒤로 빠질 때 전광판의 시간은 종료되었다. 이어 전남 선수는 경기가 종료된 것을 확인하고 한계선 바깥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왔고, 여기서 주심은 두 선수를 불러 세우고 전남선수에게 감점을 선언했다.

주심 입장에서야 해당 선수의 고의 경기회피에 대해 감점을 주려했던 것으로 짐작되지만 실제 심판 지침에는 3스텝 뒤로 빠져야 경기 회피로 경고 혹은 감점을 줄 수 있으며, 더불어 2번째 스텝이 빠질 때 시간이 종료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오심 결정은 틀렸다고 볼 수 없다.

문제는 판정의 번복. 애초부터 이 같은 규정을 명확하게 들이댔다면 주심의 오심은 인정하되, 판정 번복은 처음부터 언급되지 말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부터 KTA와 시도협회 간 정세가 반영되기 시작한다.

드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한 전남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수세에 몰린 KTA는 판정을 번복하려다 경기도에서 만만치 않게 항의하자 결국 판정 번복은 철회한 모양새가 되었다.

한편, 해당 주심은 같은 날 저녁 열린 현장징계위원회서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부심 2명은 같은 경기 머리 공격에 대한 판단 실수로 올해 남은 대회 위촉 불가 징계를 받았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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