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가 지난 8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내년부터 국내랭킹제를 도입할 것을 의결했다.

KTA는 이미 지난달 24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내년부터 국내랭킹제를 도입할 것을 전제로 사무국서 기초(안)을 짜고 경기력향상위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심의 및 채택한 바 있다.

지난 8일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이사회 장면.

그러나 막상 국내랭킹제 도입에 닥쳐 해결해야 문제가 적지 않다. KTA 사무국 역시 이로 인해 기초(안) 마련에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랭킹제가 도입될 경우 가장 큰 애로는 일선 팀들의 반발이다.

국내랭킹제는 기본적으로 차기년도 국가대표 선발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지금과 같은 방식, 즉 국가대표 예선대회서 출전권을 획득해 최종예선전을 겨루고 다시 최종대회를 치르는 방식에서는 한 팀에서 몇 명의 선수가 최종예선전 티켓을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랭킹제가 도입되면 말 그대로 각 팀 에이스만을 전략적으로 출전시킬 수밖에 없다.

랭킹제에 포함되는 대회 하나하나가 평가전의 성격이므로 랭킹포인트를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매 대회 각 팀 에이스들이 출전하게 되면 일선 팀들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전국대회서 금메달 하나라도 딸 수 있었던 기회의 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성적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또한 선수 스카우트 역시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랭킹제가 본격 도입되면 대학 팀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중학교까지 팀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한국 팀의 국제경기력 하락 혹은 해외 팀들의 상향평준화의 흐름 속에 한국 팀의 국제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국내랭킹제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안이다.

종주국 엘리트 태권도의 양적성장을 질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당연한 엘리트 체육의 숙명이다.

각 팀 최고의 선수들이 매 대회 최고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각축을 벌여 최고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하는 구조적 변화가 국내랭킹제 도입의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라이벌전, 체급 간 수위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경기장의 볼거리도 더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의 부별 랭킹과 시니어 통합랭킹,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WTF) 랭킹을 기술적으로 가장 잘 조합해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는 랭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랭킹제 내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가능하다면 랭킹제도를 바탕으로 평가전 없는 차기년도 국가대표 선발이 가장 자연스러운 결과이지만, 통합랭킹과 세계연맹 랭킹의 가장 조화로운 조합이 관건이다. 필요하다면 국내랭킹제도에 포함되는 대회와 별도로 2부대회의 운영도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국내랭킹제의 도입은 일선 팀들의 체질개선과 많은 감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각 팀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절체절명의 종주국 경기력향상에 닥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명이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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