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권위 상실의 시대에 태권도장 지도자(관장) 자리가 무슨 큰 힘이 있을까요?
자본주의 사고가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접적인 체험보다는 정보의 바다에 푹 빠져 서핑을 즐기기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우리에게 무엇이 우선인가요?
나는 요즘 이런 고민해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책무와 권한의 범위 안에서 여러 지도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태권도 교육의 풀뿌리인 도장 교육 현장에 만연해 있는 구태와 비교육적 요소들을 조금씩이라도 바로 잡음으로써, 왜곡돼 가는 태권도 교육을 다시 살리는 일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지, 잘 해보겠다고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처음에는 몸이 지치는가 싶더니 생각이 다른 사람들 -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들을 많이 모집해 도장의 수입원을 올릴 수 없을까 등 -, 그 다양한 이해의 틈바구니를 헤쳐 오다 보니 갈등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태권도와 도장의 발전을 위해 모든 태권도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 힘쓰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련생 한명 한명을 자기 자식처럼 아끼며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한 아이로 성장시키는데 온 정성을 쏟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태권도장의 이상적인 모습들을 그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다 해보지만 태권도장의 현실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태권도장은 지금 위기입니다. 그 위기의 중심에는 바로 우리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변하지 말라고 해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썩고, 달리지 않으면 뒤쳐집니다.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을 재주는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변하느냐 아니면 타의에 의해 강제로 변할 수밖에 없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변화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고, 그 속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며 활로를 찾아 가야 합니다.
그러나 위기의 태권도장은 활로를 찾아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타성에 젖어 과거에 안주하며 얄팍한 상술로만 위기를 타개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며 우리의 수련생에게 커다란 죄악을 짓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미래 태권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태권도의 미래는 강건하게 존재할까? 라는 의문을 갖고 설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10년 후, 20년 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상황예측과 해법을 찾기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경주하고 있지만 태권도계에 있어서는 그러한 노력의 징후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에 매몰되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준비를 해나가지 못 한다면 태권도의 미래는 그리 긍정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초한 오늘의 도장 위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우선 대한태권도협회에서 태권도 지도자 자아혁신 세미나를 통해 태권도 현장교육 풍토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듯이, 태권도 지도자들이 개혁의 주체로서 자기 책무에 대한 자각을 새로이 해 나가야 합니다.
현장에서 수련생과 같이 땀 흘리고 같이 호흡하며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참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작은 힘들을 보태야 합니다.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이 되고 그 힘이 태권도의 미래를 밝게 바꿀 수 있습니다.
둘째는 태권도 지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르고 투철한 사명의식을 갖고 인격의 완성에 매진해야 합니다. 태권도장은 단순한 몸 수련의 공간이 아니라 모름지기 태권도 본연의 심신일체의 인격완성의 도장이 돼야 합니다. 태권도 지도자가 바로 서면 태권도도 절로 바로 서지게 되어 있습니다.
김은경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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