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박찬숙(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민생활체육협의회, 국기원을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부정단증 발급을 문의코자 몇 군데 태권도장 관장들을 접촉했더니 대부분 20~30만 원의 웃돈을 요구하면서 증명사진 2장과 주민등록초본을 함께 제출하고 약 2개월을 기다려 줄 것을 요구했다”며“시도협회에 심사권한을 위임했으면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매년 60억 원 이상을 수수료로 챙기면서 일선에서 이런 구조화된 비위에 눈감고 있었던 것은 국기원의 명백한 직무유기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근창 국기원 기획조정실장(오른쪽)이 박찬숙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제시하며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순경공채 합격자(8,105명) 중 태권도 단증으로 무도 가산점을 받은 경우가 1,533명에 달했다”며 “경찰청은 국기원에서 발급한 단증을 100%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을 반복하는데, 자칫 허위 단증의 문제가 국가시험의 근간마저 흔들 우려가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한태권도협회(KTA) 산하 시도협회가 승(품)단 심사비로 일선도장으로부터 많은 심사수수료를 받으면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은 일선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의원은 국기원의 부정단증 발급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지난해 10월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국기원이 무자격자들에게 단증을 부정발급해준 것에 대해 수사 중인데 국기원은 대개 허위단증 발급 의뢰자와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기존 유단자를 찾아내 전산 상에서 성명을 바꿔치기하는 대담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해외에서 단증 발급을 위한 응심 시 엄운규 국기원장을 비롯한 일부 태권도계 원로들이 추천비 명목으로 응심료의 20%를 받아가고 있는 잘못된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박 의원은 “명예단증 발급도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도 없이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다”며 “명예단증을 수여할 때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엄운규 원장을 대신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근창 국기원 기획조정실장은 “부정단증이 현재까지 나타난 것은 124명이 있다. 자체적으로 조사해 나타난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부정단증 발급은 없다”고 박 의원의 질의에 답했다.

각 위원들마다 12분으로 질의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박 의원의 국기원에 대한 질의는 약 4분간 진행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기원에 대해 여러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 공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기원이 12명의 문광위 위원들이 보낸 사전질의서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자료를 제출하는 한편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찾아가 해명한 까닭으로 박 의원 외에는 질의가 없었다.

또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 승인 건에 대한 여· 야 의원들간의 공방이 치열했던 점도 국기원에 대한 질의가 줄었던 이유로 보인다.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이 실장은 “명확한 답변이 없으면 또 다른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할 것이 많았는데 시간이 짧아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국기원측에서는 송봉섭 부원장과 이종갑 홍보과장이 방청객으로 참석해 끝까지 국정감사를 지켜봤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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