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 부설기관인 WTFA(세계태권도연맹아카데미, World Taekwondo Federation Academy)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수년째다.

일부에서는 WTF가 양진석 전 사무총장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임금과 사무실 경비를 대주며 WTFA를 이용한 자격증 장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WTF 조정원 총재가 지난 2012년 2월 양진석 전 사무총장을 WTFA 원장으로 임명할 당시에도 국기원과 WTF, 태권도진흥재단이 태권도 교육 연구기관으로 이미 WTA(세계태권도아카데미, World Taekwondo Academy) 출범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WTFA라는 조직이 튀어나오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WTA를 맡기로 되어있던 국기원은 WTF가 지난 2012년 갑자기 WTFA를 설립하자 보조비를 지급하지 않고 동결시켰다. 지급되지 않은 보조비만 2014년 7월 기준 23억 원.

지난 2012년 초 물러난 양 전 사무총장에 대한 고육지책 혹은 배려가 WTA 문제와 맞물리며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우선 국기원측 입장은 이렇다.

2011년 양 단체 협정체결 당시 연간 12억에 이르는 보조비와 관련해 국기원이 맡기로 한 WTA 활성화를 위해 WTF가 교육과 관련해 협조를 명시했다. 즉 준비단계에서 WTF가 스포츠 태권도 교육 및 연수를, 국기원이 무도 태권도 교육 및 연수를 준비하고 본격 가동 시점에서는 WTA 틀 안에서 WTF가 협조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증언은 2010년 태권도진흥재단 이대순 전 이사장의 국정감사 답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이 전 이사장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진흥재단 등 태권도 관련 단체들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한 바가 있고...,  WTA에는 2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무도 태권도에 대한 교육 연수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 태권도에 대한 교육 연수인데..., 이것만 끝나면 국기원 연수원이 총괄해서 할 것이다. 태권도진흥재단과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은 이러한 내용에 대한 합의를 체결했다. 내용이 와전되어 있을 뿐 역할이 중복되거나 알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WTF는 WTA와 관련해 지난 2009년 전자투표를 통해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 총회에서 WTFA로 명칭을 변경해 총회를 통과시켰다.

이 당시는 양진석 원장이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직후다.

WTFA의 역할과 기능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2년 당시 김환표 WTFA 사무국장은 “WTFA가 시작단계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짜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기본 틀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심판보수교육과 같은 교육사업 부분과 지역 센터(중국, 아제르바이잔, 이란, 중남미)의 관리와 같은 향후 WTFA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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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WTFA 겨루기 품새 코치 세미나 장면.

러나 지난 2009년 비디오판독의 도입과 함께 대륙별로 1년에 한 번씩(연간 5회) 열리는 겨루기 국제심판 교육과 세계선수권대회 때 열리는 품새 국제심판 교육은 보수교육을 포함해 WTF 사무국 경기심판부에서 WTFA와는 전혀 별개로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WTA에서도 WTFA에 대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WTFA는 지난 2012년 이후 WTA로부터 임금(원장, 사무국 직원 1인, 운전기사 1인)과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받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5억 이상 WTFA에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 말하면 WTFA 기회비용이 지난 2012년 8월 이후 최소 28억 이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 2013년 6월 부산과 올해 2월 충남에서 열린 ‘WTFA 겨루기· 품새 코치 세미나’는 일부에서 ‘자격증 장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특히, 공공연히 WTFA 코치 자격증을 받지 않으면 국제대회 참가 시 코치로 등록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와 태권도인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이마저도 적자를 본 것으로 확인되었다.

WTF에 대한 국기원의 보조비 지원 문제는 WTFA 문제를 포함해 명예단증 협조, 국가협회에 대한 심사창구 일원화 문제, 홍보 및 마케팅 협조 부분, 국기원 임원의 WTF 당연직 집행위위원 포함 등 다른 문제들도 얽혀있다. 그러나 현재 국기원과 WTA가 물꼬를 트는 첫, 그리고 주요 변수는 WTFA에 관한 문제다.

물론 WTF의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국기원 연수원이 이름을 바꾼 WTA가 무도와 스포츠 태권도 교육과 연수, 그리고 학문적 영역을 모두 통할할 경우 스포츠 태권도에 대한 WTF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WTA라는 틀 안에서 국기원과 WTF가 각각 자신들이 맡고 있는 영역에 실질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분업화를 면밀하게 설정할 여지는 아직 충분히 있다. 국기원이 갑의 위치에 서서 스포츠 태권도 교육 및 연수에 권한을 행사하려 해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WTF는 국제스포츠(IF)기구다. 국제스포츠기구가 사연이 모호하고 정체성이 의심되는 부설기관 하나 때문에 최소 28억 이상의 기회비용을 버려가면서 얼마나 효용성 있는 가치를 얻어가고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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