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이 대륙연맹 자체단증 발급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열고 전 세계의 단증이 국기원 발급 단(품)증으로 통일돼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에 걸쳐 WTF, 국기원, 각 대륙연맹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대륙연맹 자체단증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져 대륙연맹 자체단증 발급을 자제하고 국기원에서 발급하는 단(품)증만을 인정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WTF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에 걸쳐 대륙연맹 자체단증 발급문제 관련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31일 WTF 사무처에서 열린 회의 모습.

이번 특별위원회 회의에는 위원장인 이대순 WTF 부총재 겸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 송상근 국기원 부원장 겸 WTF 집행위원, 이규석 국기원 연구소 소장 겸 WTF 집행위원을 비롯해 최기철 아시아태권도연맹(ATU) 사무총장, 게릿 에이싱크(Gerrit Eissink) 유럽태권도연맹(ETU) 사무총장, 존 코시파스(John Kotsifas) 오세아니아태권도연맹(OTU) 사무총장, 호삼 모르시(Hossam Morsi) 아프리카태권도연맹(AFTU) 사무총장, 나바로 까리아조(Navarro Carriazo) 팬암태권도연맹(PATU) 사무총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서 국기원은 해외 단(품)증 수수료 내역을 매년 대륙연맹들에게 공개하고, 자체단증을 받은 해외 태권도인들의 단증을 국기원 단(품)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자체단증 발급을 총회에서 통과시킨 유럽연맹과 팬암연맹이 현재의 국기원 품(단)증 발급시스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국기원을 압박할 공산이 컸고, 국기원과 대륙연맹 인사들간의 치열한 설전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국기원이 이번 회의에서 해외 단(품)증 수수료 내역을 공개했고, 자체단증 발급은 태권도계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득해 이와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대순 WTF 부총재, 송상근 국기원 부원장, 이규석 국기원 연구소 소장, 최기철 ATU 사무총장 등 한국인 회의 참석자들이 국기원의 단(품)증 발급 당위성을 펼친 것이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재는“국기원만이 단(품)증을 발급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라며“대륙연맹이나 각 국가협회에서 제각각 단(품)증을 발급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부원장도“국기원만이 단(품)증을 발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국기원도 단(품)증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결과만을 놓고 볼 때 국기원은 대륙연맹 자체단증 발급을 규제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지만 이번 회의가 최종적인 WTF의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회의에 참석했던 대륙연맹 사무총장들은 대륙연맹에 대한 대표권이 없고 회의 결과를 각 대륙연맹 총회에 보고사항으로 올리는 역할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반대할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또 WTF가 아직까지 회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고, 향후 집행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남기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불안요소들이 잠재돼 있는 상태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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