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이 지난 10일 열린 2014년도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대회 남자 -63kg급서 총 3경기 중 2경기를 역전에 성공하며 5년째 국가대표 1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대훈

8강전서는 실질적인 결승전으로 전망된 김제엽(한국가스공사)을 상대로 초반 박빙의 리드를 내주며 머리 공격마저 영상판독에서 기각 당해 코너에 몰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주먹공격으로 승부의 추를 넘기지 않고 붙들었다. 이대훈이 경기를 내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짙어갈 무렵인 3회전, 마지막까지 경기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으며 동점과 역전의 1점차 승부를 끝까지 끌고 가며 1점차 승을 거두었다.

결승전서도 송문철(제주특별자치도청)에게 경기 초반 몸통 득점 2점을 내어주었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머리공격을 성공시키며 역전, 역시 1점차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1진 명단에 다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집요하게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경기를 읽어가며 풀어내는 능력, 스코어는 지고 있지만 경기의 주도권까지는 내어주지 않으면서 응수하고 자신의 판 안으로 상대를 끌고 들어와 결국 역전과 승리를 일구어 내는 경기 운영이 그 안에 숨어 있었다.

고교시절이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 경주세계선수권서 연이어 금메달을 차지하며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던 이대훈은 2012년 런던올림픽서 자신의 원래 체급보다 한 체급 낮춰 출전, 체중감량에 의한 부작용으로 무릎을 꿇으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3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서는 런던서 자신에게 결승전 패배를 안겼던 스페인의 곤잘레스를 8강서 만나 작심한 듯 두들겨댔고, 3회전 25초 만에 20대 7 점수차승으로 완벽한 설욕을 이뤄내며 세계선수권 2연패에 올랐다.

당시 이대훈은 3회전 경고 7개인 상황. 경기가 끝난 후 그는 “무조건 점수차승으로 끝내겠다고 생각했다. 자신 있었다. 경고 누적 상황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짧게 밝혔지만, 내심 곤잘레스에 대한 뼈에 맺힌 승부근성이 감추어지지 않았다.

이대훈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라저스트 전자호구 시절에는 득점을 위한 비비는 발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슬로우 스타트에 이어 몸통에 근접해 빠르게 파고드는 그의 발과 연타로 이어지는 머리 공격은 일품이었지만 비비는 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도 전자호구에서도 아디다스-KP&P 전자호구에서도 이대훈은 부침을 겪지 않고 국내외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기능적 측면과 경기운영 능력 및 센스에서 이대훈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그리고, 5년을 지켜온 국가대표 1진이 경험이 그에게 노련미를 선물로 안겼다. 고스란히 그의 성실함과 목표의식이 만들어낸 선물이다. 타고난 천재인지, 노력파 천재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에게는 태권도 천재라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

지난 10일 열린 2014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대회 남자 -63kg급 준결승 이대훈(오른쪽)의 경기 장면.

2년 전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품새 국가대표 선수와의 인터뷰에서 “겨루기 선수들이 모두 훈련이 끝나고 간 후에도 대훈이는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어느 때는 품새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한편에서 홀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대훈의 성실함 한 자락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게는 올해가 -63kg급으로 뛰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망이다.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을 런던에서 놓친 그에게 남은 최종의 목표는 결국 리오 올림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이 혼자 걸어와 이대훈의 품에 안길 리 없다. 지난해 맨체스터에서 열린 그랑프리파이널대회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이대훈은 올림픽 병합체급인 -68kg급에서 겪게 될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한 체급 위 선수들과의 몸싸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체력,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신장차의 극복 등 헤집고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리 있다.

결국 이대훈이 ‘이대훈’인 이유를 2016년 리오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을지... 여전히 그에게 시선이 가는 까닭이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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