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미래로 하나 되어 세계로.’

지난 17일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개막된 제87회 전국체육대회 슬로건이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3만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으며, 태권도 경기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경북 영천시에서 개최됐다. 태권도 경기는 이번 전국체전 슬로건에 걸맞게 태권도 가족들 간의 화합의 장이 됨과 동시에 태권도의 문화와 질서를 보여주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물론 이번 전국체전뿐만 아니라 매년 열리는 전국체전 때마다 필자는 이러한 기대를 갖고 태권도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말썽 없이 대회가 마무리된 적이 없다. 그래도 필자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아니 전국체전에 태권도 경기가 정식종목으로 살아남는 순간까지 영원히 이러한 기대를 던져버리지 않을 것이다. 태권도인들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전국체전에서 태권도 경기가 축제대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축제대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 즉 공정하고 줏대 있는 상벌이 태권도 경기장 질서를 잡는 해법이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나타난 사태의 원인을 보면 모든 문제가 심판판정으로 돌리기엔 너무 억지주장임이 여실히 나타났다. 물론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분명 실수는 있을 수 있다. 어느 특정 선수나 시·도를 위해 노골적인 승부조작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각 시·도의 관계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심판판정의 문제가 경기장의 난동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이라고 하기엔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애향심을 넘어 성적에 대한 집착이 더 큰 문제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또 대한태권도협회가 규정에 의해 강한 징계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비겁함도 경기장 난동의 가장 큰 핵심이라는 비판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의 여론에 민감한 대한태권도협회라면 변화된 태권도인들의 정서와 의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지극히 일부 시·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도 관계자들은 심판판정에 대한 큰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필자가 이번 전국체전에서 각 시·도 실무 관계자들을 만나 경기장 사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어 봤지만 경기장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시도 관계자들에게 분명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태권도인이자 각 시도협회를 운용하고 있는 관계자들인데도 서로의 사고가 확연하게 달랐다. 오히려 대한태권도협회가 강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시도협회가 경기장의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젠 대한태권도협회가 이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일부시도협회가 경기장 질서를 파괴하는데도 계속 침묵할 것인가? 고양이 앞에 쥐 마냥 꿀려만 가고 있을 것인가? 그래도 태권도 가족인데 어떻게 냉정하게 벌하고 그 체제를 흔들리게 할 수 있느냐 라는 말도 안 돼는 명분으로 태권도를 계속 질곡으로 빠트릴 셈인가?

대한태권도협회는 일부 시도협회의 안하무인식 경기장 난동에 대해 냉정하고 공정한 잣대로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게 경기장 사태의 해법이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가 하루빨리 이러한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매년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태권도 경기가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는 필자의 기대의 핵심이기도 하다.
일부 시도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대한태권도협회는 자존심만 구길 뿐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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