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용 품새 개발이 출발을 앞에 둔 시점에서 저작권 시비로 난관에 봉착했다.

국기원을 중심으로 추진된 경기용 품새 개발은 지난 6월 27일 국기원 연구소에서 3대 기구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용 품새 개발위원회(이하 개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7월 13일 KTA가 위원들을 위촉하고, 8월 28일 WTF가 위원들을 위촉함으로써 개발위원회 인사구성이 마무리되고 협약 체결만 남겼었다.

국기원은 8개 조항으로 돼있는 협약서(안) 초안을 작성, WTF, KTA에 보낸 후 회신을 받아 수정· 보완을 마쳤다. 따라서 태권도 3개 기구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약을 체결하면 경기용 품새 개발이 시작되는 것이었고,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20일 국기원 연구소에서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WTF는 지난달 26일 협약서(안)에 저작권 조항(경기용 품새의 저작권은 국기원이 갖기로 하며 해외 판매권은 WTF가, 국내 판매권은 KTA가 갖기로 한다)을 수정해줄 것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용 품새의 저작권을 국기원과 WTF가 공동으로 가져야한다는 요구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저작권은 경기용 품새가 개발되면 제작될 책자, DVD에 대한 저작권을 의미한다.

국기원은 경기용 품새 개발에 들어가는 순수 개발비용의 차이(국기원 3천만원, WTF · KTA 각각 5백만원)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에 대한 사안들이 국기원의 목적사업이라는 이유로 WTF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양측이 공식적인 의견교환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경기용 품새 개발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난관이 단순히 저작권 문제만이 아니라 양측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태권도 기구들이 태권도 발전을 위해 공동의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각자 실익만 따지려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 WTF는 국기원과 동등하게 비용을 투자하고, 국기원은 WTF의 입장을 고려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기되고 있다.

서로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다가 경기용 품새 개발 자체가 중단될 경우 태권도인들의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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