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김정열

초가을 감기는 여름 건강 탓?

가을 문턱부터 콧물을 훌쩍이는 아이들은 대개 지난 여름을 비교적 건강하게 보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에는 기운을 잘 발산해야 건강한데,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겉을 너무 식히면 나와야 할 기가 나오지 못하고 속에서 정체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가을의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허약한 기로 바뀌어 쉽게 설사나 감기 등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여름에는 기가 완전히 밖으로 나와야 몸이  단단해지고, 정미로운 기(정기, 精氣)를 만들어 질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 ‘꽃이 활짝 피어야만 단단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가질 수 있다’는 말처럼 더운 계절이라도 가끔씩은 자연의 열기와 친해지게 하여 적당히 땀을 흘리게 하고 기운을 잘 발산시켜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을 건강의 제1원칙은 ‘호흡기 건강’

아이가 여름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더라도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을 건강부터 챙겨주시면 됩니다. 가을은 모든 것을 거두고 받아들이는 수렴의 계절이므로, 이러한 특징을 잘 이해하고 아이의 몸 안을 좋은 기운과 영양으로 비축해주면 다가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가을에는 메마르고 건조한 기운(조기, 燥氣)과 축축하고 습한 기운(습기, 濕氣)에 아이의 몸이 상할 수 있으니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특히 가을의 건조한 기운은 호흡기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쉽습니다. 호흡기가 튼튼하면 건조하고 선선한 가을 공기에 잘 적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폐의 기능을 떨어뜨려 몸 안에 축축한 습기를 만들고 소화 기능까지 떨어뜨리게 됩니다.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살거나 밤에 잠을 깊게 못 자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절기마다 감기를 달고 살 정도로 호흡기가 약한 아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약한 부위를 미리 보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을 건강의 제2 원칙은 ‘보습’

가을은 아이의 피부에도 민감한 영향을 줍니다. 가을의 건조한 바람은 몸 안의 수분과 진액을 말려 피부는 물론 뼈와 근육, 혈 등을 마르게 하고 아이의 연약한 피부에 잦은 트러블을 일으킵니다. 가을에 아토피가 더 심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따라서 가을에는 보습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피부를 청결히 한다고 목욕을 너무 자주 시키거나 세정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목욕은 하루 한 번 정도가 적당합니다. 매일 아침 10분 정도씩 마른 수건으로 손발 끝에서 심장 쪽으로 부드럽게 쓸어주거나,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둥글게 아이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문질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을 건강의 제3 원칙은 ‘적당한 운동’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적당히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 좋습니다. 적당한 운동은 가을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약해지기 쉬운 폐의 기운을 맑게 해줍니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에겐 메마르고 건조한 바람에 호흡기가 상하지 않도록 집안 습도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피부 보호 및 면역 향상을 위해 마른 수건으로 매일 아침 10분씩 피부를 마사지하는 건포마찰도 좋습니다. 건포마찰은 꾸준히 하면 피부와 폐를 단련시켜 겨울이 돼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을 건강의 제4 원칙 ‘먹거리’

가을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원칙은 먹거리입니다. 예로부터 ‘약식동원’이라 하여 잘 먹은 음식은 약과 같다고 했습니다. 특히 가을에 폐의 기운을 보강하고 수분과 진액을 보충해주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두면 그 계절은 물론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제철 열매만한 것이 없습니다. 가을의 열매는 다른 계절의 것보다 속이 여물고 영양이 풍부합니다. 특히 가을에 수확하는 배, 도라지, 은행 등은 기관지 질병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잘 먹는 아이가 건강한 법입니다. 제철 과일과 채소, 그리고 돼지고기, 오리고기, 땅콩, 잣, 호두 등과 같은 영양식으로 아이의 가을 건강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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