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 자리잡은 영남외국어대학의 인기 학과는 단연 태권도학과다. 일부 학과가 정원 미달로 앞 날이 막막하지만, 태권도학과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경북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려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권도학과를 발전시킨 주역은 조동희 학과장(60·사진)이다. 2001년 태권도학과를 신설한 후 불철주야 학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 12일 그를 만나 태권도 인생과 태권도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 태권도를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그 당시 이야기 좀 들려주시죠.
△ 장한걸 송무체육관 관장(현재 대구협회 자문위원)이 같은 동네 형인데, 연무관 홍띠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을 때 박진감이 넘치는 이단 앞차기 시범을 보고 배우고 싶은 심정과 설레임으로 고민하다가 용돈과 영어사전을 판 돈으로 무덕관 북부도장 차영수 사범님께 등록하고 도복이 없어 밀가루 포대를 구입해서 도복을 만들어 입고 태권도 수련을 했습니다.
2개월 후 어머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백정 놈"의 행세를 한다고 부엌아궁이에 도복을 태우는 중 바깥으로 뛰어나와 불붙은 도복을 꺼내어 불을 끄고 태권도를 배우지 말라는 꾸지람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이가 제일 어려 사범님과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태권도 수련이 끝나 귀가할 때 사범님이 용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 이젠 대구 태권도계에서 원로 대우를 받을 정도가 됐는데, 태권도와 관련된 경력을 말씀해 주시죠.
△ 1965년 대구 영신중고등학교 태권도부 창설 사범을 맡았고, 서울 영등포 신길동에서 사범 생활도 했습니다.
1972년에는 주한 미군 38여단 71포대2대대 D중대와 주한미군 극동지구 공병대 등에서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대구 남구태권도협회 회장, 용인대 태권도학과 총동문회 고문, 대구 지방경찰청 무도연구지도관을 역임했습니다.
- 영남외국어대학에 태권도학과를 신설한 까닭이 무엇입니까.
△ 태권도를 사랑하고 현재까지 배우고 익힌 기술과 학문을 차세대에 전수하며 태권도 응용기술을 개발하여 다른 무도보다 태권도가 우수한 점을 알리고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고자 태권도과를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 영남외국어대학 태권도학과의 특징과 강점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 입학과 동시에 전원 시범단으로 활동하고 기숙사에 입사합니다. 전원 장학생이 됩니다.
우리 대학은 시범단을 특성화 하고 있습니다. 시범 요청이 있으면 학교버스, 식대, 송판비 등 1회 시범에 최소 40만원 이상을 학교에서 지원하고, 시범단 도복, 태권도화 등도 지원받으며 대회 참가 등의 경비 일체도 지원받습니다.
교과 과정은 태권도과 교수친목회에서 미래지향적인 교과목을 선별해 결정한 후 교수, 태권도과 학생과 전체회의에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 국내에는 30개가 넘는 태권도 전공 학과가 있습니다. 태권도학과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나라에 태권도학과 및 관련 학과의 개설이 해를 거듭할수록 양적팽창을 하고 있어서 수요자(학생) 감소로 인한 폐과도 도래할 수도 있어 대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보건 계열은 보건사회에서 학과 신설 또는 학생 정원 조정을 허가받아야 하며, 허가사항은 교육부를 경유하여 대학에 통지합니다.
태권도과 개설 및 정원조정은 국기원 허가사항으로 자리매김을 하고자 하면 국회를 통해 입법되어야 하며 이는 태권도의 질적 향상을 위해 거대한 국기원 기능이 본연의 몫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태권도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텐데요.
△ 태권도 발전을 위한 연구 개발이 좀더 체계적이고 세분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품새 동작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근육의 발달 뇌의 발달 등도 교본에 실어야 합니다. 또 원로들에게 연금 수혜의 혜택이 형평성있게 주어져야 합니다. 심사를 위한 특별 지도비 명목으로 심사비를 인상하여 연금기구를 설립해 투명하고 보편타당하게 지급하면 됩니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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