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애인올림픽 태권도 참가에 대한 우려

김창완 기자
승인 2006.10.16 15:54
호수 518
댓글 0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최근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는 물론 태권도 관련 행사를 통해 태권도를 장애인올림픽 무대에 입성시키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2008년 북경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조금 빠듯할 수 있지만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에는 반드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신감도 주저 없이 나타내고 있다.

장애인들이 출전하는 올림픽이라는 점을 감안해 과격한 겨루기가 아닌 품새를 통해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를 설득하겠다는 전략도 세워놓았다. 즉 연령과 신체에 지장을 받지 않는 품새를 통해 태권도의 저변을 확대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에도 가라데 등 무도종목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태권도가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게 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조 총재의 이러한 계획이 아무 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전 세계 6천만 태권도 동호인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 말에 기뻐해야 할 태권도인들이 조 총재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비판은 예상대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대한태권도협회는 물론 각 국가협회와 전혀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조 총재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는데 집중되고 있다.

조 총재가 천명한 태권도의 장애인올림픽 입성은 WTF와 각 대륙연맹, 국가협회간의 논의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감당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일부 몰지각한 태권도인들에게 장애인올림픽을 악용해 유사단체를 양산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논지다.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 입성을 반대하는 태권도인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일의 순서다. 태권도계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과연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가 입성하는데 장애물은 있는지, 있다면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등 정확한 내부진단부터 우선 나와야 한다. 또 각 대륙연맹과 국가협회들로부터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각 대륙연맹과 국가협회는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각 국가협회가 무관심하게 되면 대회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태권도 저변확대는커녕 자칫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에서도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먼저 WTF가 각 국가협회와 충분한 논의를 갖고, 어느 정도의 장애인들(정신지체, 청각, 시각, 뇌성마비, 지체장애-척수장애, 절단장애, 소아마비)을 올림픽에 출전시킬 것이며, 평가기준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장애인 태권도 저변확대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후 각 국가협회는 산하에 장애인연맹을 설립하든 아니면 협회 내부에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든 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품새로 자웅을 겨루는 만큼 반드시 국기원과의 구체적인 협의도 필수다. 장애인 태권도 동호인들을 위한 훈련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WTF와 각 대륙연맹과 국가협회가 독자적으로 몇 번의 대회를 개최한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를 입성시키는 게 당연하다.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있는 종목들 대부분이 산하연맹이 설립돼 있으며, 정기적으로 국제규모의 대회가 열리고 있다. 매년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아직까지 태권도 종목이 없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를 참가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하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