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자체적인 개혁과 이에 대한 홍보 노력으로 지난해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참가종목으로 결정됨으로써 올림픽무대 퇴장의 불안감을 떨쳐냈다. 하지만 태권도가 간신히 올림픽 참가종목 지위를 지켜냈다는 설들이 무성하고,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라데의 위협도 만만치 않은 상태여서 아직도 안심할 때가 아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따라서 2016년 올림픽 참가종목이 결정되는 2009년 과테말라 IOC 총회까지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본지는 올해 WTF가 주최하는 국제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올림픽 참가종목 결정에 핵심사항으로 분류되는 심판, 경기규칙, 경기운영 등에 대해 점검하는 기획특집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규정 개정하고 관례도 명문화 필요 

국제심판의 선발, 관리, 운영, 교육 등 제반사항들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국제심판관리규정에 근거해 이뤄진다.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제심판 선발을 비롯해 국제심판세미나(강습회 ․ 신규교육), 보수심판교육, 연회비, 심판복, 승급, 징계에 이르기까지 국제심판에 관련된 사항들은 모두 국제심판관리규정이라는 행정시스템에 의해 시행에 옮겨진다.

국제심판관리규정 자체에 문제점이 있거나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면 국제심판 관리나 운영은 커다란 혼란에 봉착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부정의 발생 소지도 안게 된다.

현재 WTF 국제심판관리규정은 겨루기와 품새로 나뉘어져 있다. 겨루기 국제심판관리규정은 지난 1993년 8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품새 국제심판관리규정은 지난 7월 17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제6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겸해 각각 열렸던 WTF 집행위원회에서 제정됐다.

국제심판관리규정은 WTF 정관 제2조 '경기대회' 및 경기규칙 제20조 '심판원'에 대한 시행규칙이다.

우선, 겨루기 국제심판관리규정을 살펴보면 국제심판 신규교육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 "국기원에 등록된 4단 이상자, 단, 태권도 보급이 취약한 국가협회 또는 신규가입 협회의 경우 2단 이상인 자도 소속 협회장의 추천을 받아 참가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태권도 보급이 취약한 국가협회들에 대한 별도의 명단과 취약 국가로 분류할 수 있는 있는 근거는 없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자"라는 조항도 있지만 현재 WTF의 공용어는 모두 5개(공식언어: 한국어, 영어, 불어, 보조언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자격시험에 관련된 조항도 미흡한 편이다. 각 과목당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과목당 75점 이상, 총 평균 75점 이상, 신체검사를 통과해야만 합격으로 인정한다고 명기하고 있지만 이의 이행여부가 불확실하고 시험 결과에 대한 보관도 미흡한 실정이다.

시험 결과는 개인 및 소속 국가협회에 서신으로 통보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기간에 대한 명시가 없어 시험 결과를 알기 위해서는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따르고 있다.

WTF는 국제심판들에게 매년 심판카드(자격증)를 발급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심판부의 업무가 가중될 뿐만 아니라 심판카드 발송으로 인한 비용 발생도 만만치 않다. 매년 심판카드를 발급할 것이 아니라 승급을 했거나, 심판카드를 분실했을 때에만 카드를 발급해야만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품새 국제심판관리규정도 겨루기 국제심판관리규정과 형식은 대부분 유사하고 미흡하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겨루기, 품새 국제심판관리규정 모두 국제심판선발에 대한 내용은 정말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국제심판들을 선발하는 국제심판선발위원회는 기술위원장, 심판위원장, 집행위원, 심판부 사무차장 등 총 4명으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규정에 없고 대회의 심판 선발 및 배정은 WTF 관련 위원회가 관장한다고만 명기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제심판선발 자체가 일종의 관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심판들을 선발하는 기준도 국제심판관리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명확한 원칙이 없어 선발위원들에 대한 불신의 소지가 많다.

규정에 따르면 1회 보수교육을 이수하거나 실기 보조강사로 임명된 국제심판에 대해서는 국제대회에 참가한 국제심판들과 동등한 경력을 부여받게 된다. 국제대회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은 국제심판이라 하더라도 보수교육만 이수하면 승급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보수교육을 아무리 많이 받았다 하더라도 국제대회에 참가한 실전경험이 부족한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S급과 1급의 경우(현재 겨루기 국제심판은 S, 1, 2, 3, P급 등 5단계로 나눠져 있음)라도 승급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보수교육 참가는 인정하지 않고 대회 참가경력만 인정하는 것이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를 더하는 길이다. 또한 시작단계에 있는 품새 국제심판의 경우(1, 2, 3급)에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만 문제발생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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