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 수뇌부에는 6명의 부총재가 있다. 6명의 부총재는 조정원 총재와 함께 WTF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인물들이다. 

조 총재가 제3대 총재로 당선된 지난해 4월 12일 스페인에서 열린 WTF 정기총회에서 박수남, 낫 인드라파나, 캐말래딘 헤이다로브 등 3명의 부총재가 선출됐고 같은 해 7월 20일 경희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이대순, 박차석, 아메드 훌리 등 3명의 부총재가 선임됐다.

제각기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이들 6명의 부총재들의 면면이 WTF의 내면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본지 창간 11주년을 기념해 6명의 WTF 부총재들의 특이한 성향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낫 인드라파나 부총재.

부총재 가운데 유일한 IOC 위원 낫 인드라파나 부총재 

낫 인드라파나(Nat Indrapana·68) 부총재의 가장 큰 특징은 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것이다.

1990년부터 IOC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올림픽 참가종목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태권도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인드라파나 부총재는 조정원 총재가 WTF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구성했던 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태국태권도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태국의 태권도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제1회 월드컵 단체대항선수권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리에 대회를 치러낸 것도 인드라파나 부총재의 역량이 보여준 성과다.

특히 그는 책임감이 강한 인물로 월드컵 단체대항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대회의 시작과 끝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관리하는 등 솔선수범이 몸에 베인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 총재와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는 인사로 꼽히고 있다. 조 총재가 WTF 수장으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굵직굵직한 행사에서 조 총재와 행동을 같이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일반적으로 외국계 태권도 인사들을 잘 모르는 국내 태권도계 인사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 만큼 인드라파나 부총재는 자신의 PR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사교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로 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향은 인드라파나 부총재가 WTF 총재직에 관심을 두고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정통 태권도인으로 기술 전문가 박수남 부총재

박수남 부총재

박수남 부총재(59)는 부총재 가운데 유일하게 정통 태권도인으로 통하고 있다. 때문에 WTF에서도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장, 품새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경기와 관련된 주요 위원회를 관장하는 직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제1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는 품새국제심판교육, 코치교육을 직접 관장하는 것은 물론 체계를 잡지 못했던 품새선수권대회의 경기규칙, 동작규정 등에 대해 품새특별위원회 위원들과 거듭된 논의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았고, 미흡한 점도 지적됐지만 첫 대회로는 순조롭게 대회를 치러냈다.

직접 태권도를 수련한 태권도인임을 자부하는 박 부총재는 태권도의 기술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고, 주관도 뚜렷하다.

또한 박 부총재는 영국태권도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독일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아 유럽대륙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대륙을 기반으로 하지만 자체단증 발급에 적극적인 유럽태권도연맹(ETU)에서는 자체단증 발급의 부당함을 알리는 친 국기원 인사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대륙에서 한국인 사범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박선재 이탈리아태권도협회 회장과 함께 한국계로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직설적인 화법, 개혁적인 성향, 너무 뚜렷한 주관, 전 김운용 WTF 총재와의 친분 등으로 인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제도권 인사들도 적지 않다.

캐말래딘 헤이다로브 부총재.

정부지원과 재력이 활동 기반 캐말래딘 헤이다로브 부총재 

캐말래딘 헤이다로브(Kamaladdin HEYDAROV·46) 부총재는 6명의 부총재들 중 가장 부각되지 않는 인물이어서 부총재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그러나 헤이다로브 부총재는 엄연한 선출직 WTF 부총재이며, 태권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열성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현재 아제르바이잔태권도협회 회장을 비롯해 정부에서도 관세청장을 거쳐 현재는 비상사태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태권도를 유일한 국기로 인정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국가적 특성은 헤이다로브 부총재의 활동범위를 넓혀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종목에서 자국 선수가 4강에 진출하자 대통령이 직접 전용 비행기로 아테네를 방문했던 일화는 태권도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대변해준다.

또한 그는 자국 내에서 유력 기업인으로도 알려져 있어 재력을 바탕으로 각종 국제대회 유치에도 적극적인 인물이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세바(SEBA·서울과 바쿠를 합성)'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며 친 한국인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태권도계에서 인지도가 낮고, 아제르바이잔이 유럽대륙에서 타 국가들에 비해 비중이 다소 떨어지는 약점들이 있다.

WTF 부총재임에도 불구하고 유럽태권도연맹(ETU)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어려운 문제 피하지 않는 해결사 이대순 부총재

이대순 부총재.

아시아태권도연맹(ATU) 회장,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직도 겸하고 있는 이대순 부총재(74)는 비록 선임직으로 부총재가 됐지만 WTF에서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WTF가 처리하기 곤란한 일들에 대해 중재역할을 맡아 무난하게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심판 부정관련 특별조사위원회, 대륙연맹 자체단증 관련 특별위원회 등 워낙 사안이 민감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위원회의 대표를 맡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맡은 일의 민감한 성격에 비해 이 부총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은 별로 없다. 중재역할을 원만히 수행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평판의 바탕에는 이 부총재의 쉽게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성격과 정확한 논리를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재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제35대 정보통신부(당시 체신부) 장관, 11·12대 국회의원, 호남대, 경원대 총장 등 정· 관계를 비롯해 학계까지 이어진 다채로운 이력은 WTF는 물론 태권도계에서도 그의 입지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조정원 WTF 총재와는 각별한 친분을 쌓고 있는 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태권도계의 각종 현안들에 대해 조 총재와 숙의하는 것은 물론 WTF의 발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계에는 이 부총재가 태권도진흥재단 업무 추진에만 치우쳐 태권도계 전체의 현안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박차석 부총재.

친화력 기반, 정치성 강해 박차석 부총재 

팬암태권도연맹(PATU)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차석 부총재(61)는 지난 2004년 6월 11일 조정원 WTF 총재가 당선됐던 제2대 WTF 총재선거에서 41표를 획득했던 총재 출마자다.

당시 언론의 포커스는 조 총재에게 맞춰졌지만 박 부총재가 획득한 41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태권도계의 평가가 있었다. 그는 2005년 7월에 시행된 제3대 총재선거에도 출마의사를 피력했지만 태권도계의 화합을 외치며 돌연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선임직으로 부총재가 된 그는 조 총재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총재선거에서 패배했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일인 독주보다는 견제에 의한 상호발전을 강조하는 그의 성격은 향후 WTF 총재선거에도 일정 부분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성이 강한 인사다.

현재 그는 태권도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다. 특히 한국계이면서도 대륙연맹 자체단증 발급에 찬성하는 인사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일부 태권도인들은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를 넘나드는 친화력을 과시하며 비판적인 태권도인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 눈치다. 태권도계의 중진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상당수의 태권도인들이 그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총재는 PATU의 장악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의 회장자격을 문제삼아 PATU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그의 행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표하는 부총재 아메드 훌리 부총재 

아메드 훌리 부총재.

아메드 훌리(Ahmed FOULY·58) 부총재는 아프리카태권도연맹(AFTU)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아프리카대륙을 대표하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부총재 중에서는 유일한 아프리카대륙 인사이며, WTF 집행위원들 가운데서도 쿨리바리 코트디부아르태권도협회 회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아프리카대륙 인사다.

아프리카는 5개 대륙 중 경제적 상황이 가장 열약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내전으로 인해 태권도 보급이 가장 어려운 국가들이 대부분이지만 경제적 뒷받침과 WTF의 지원정책 여하에 따라서는 태권도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대륙이다.

지난해 7월 조정원 WTF 총재가 3명의 부총재를 선임할 당시 그가 가장 유력한 부총재 후보로 거론됐던 이유도 WTF가 아프리카대륙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집트태권도협회 회장직도 수행하고 있는 그는 아프리카대륙을 WTF의 주 관심대상으로 집중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대회에도 소청위원으로 참가해 직접 관리·감독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조용한 성격과는 달리 각종 국제대회에서 틈만 나면 아프리카 국가협회 관계자들과 자리를 마련해 대화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훌리 부총재는 정통 아프리카계가 아닌 아랍계인 관계로 인해 일부 아프리카의 태권도인들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고, 항상 이와 같은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훌리 부총재의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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