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부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돼 입법절차를 거치고 있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태권도특별법)'에 대해 국기원은 법안이 통과됐을 때를 예상, 실익을 점검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기원은 태권도특별법으로 인해 목적사업은 물론 존립 여부까지 흔들릴지 모른다고 판단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태권도인들은 태권도특별법 자체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다수의 태권도인들은 태권도특별법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왜 필요한지 등은 물론 태권도특별법이 통과되든지 말든지 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태권도특별법 외에도 세계태권도국기원의 지도자 연수, 초등연맹의 승(품)단 심사권 요구 등으로 홍역을 치르며 태권도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기대해온 국기원은 태권도인들의 이같은 태도에 난감한 입장이다.
현재 국기원은 태권도특별법에 대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며 △국기원의 법적 지위 및 정관 관련 규정 포함 △태권도 협의기구 설치 △불필요한 조항 삭제 △태권도진흥재단 명칭 변경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이의제기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 태권도진흥재단의 명칭 변경을 제외한 사항에 대해서는 문화관광부, 태권도진흥재단 등과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심의과정에서 각 정당간의 정치논리가 엇갈려 태권도특별법의 입법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며 향후 진행과정에도 추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 이런 합의 역시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태권도특별법이 현 법안대로 통과되면 직접적으로 파급효과가 미치는 곳은 국기원이다. 태권도특별법에 의해 국기원의 목적사업이 위축되거나 침해받을 경우 태권도계에 일어날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고, 승(품)단 심사권을 위임받은 대한태권도협회는 물론 16개 시도협회에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우선 국기원은 태권도인들의 구심점으로서의 권위와 역할에 큰 손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태권도인들은 담 넘어 불구경하듯 무관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기원 내에서조차 태권도특별법이 국기원에 미칠 파급효과를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태권도인들의 관심이나 지원이 없다면 국기원은 뜻하는 바를 이루기 힘들 것이다. 세계 태권도인들의 염원을 담아 조성해야 한다며 태권도공원 조성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던 태권도인들의 뜨거운 열의와 관심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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