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식 코치(왼쪽)와 강소희

오는 12월 콜롬비아 툰하에서 열리는 제7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국가대표를 가리는 평가전이 열린 지난 8일, 도원결의 류기식 코치(39)가 시상에 맨 윗자리에 선 제자 강소희(성사고1)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과 함께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류 코치의 깊은 안도의 한숨은 소희의 이번 국가대표선발 과정의 특별한 이유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품새대회에 출전한 소희는 또래 선수들 중 체격조건과 힘에서 월등한 유망주였다. 각종 전국품새대회, 총장기 품새대회 개인전, 단체전 등에서 꾸준히 1위에 입상했었다. 그러던 소희가 지난 1월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았다. 류 코치는 “지난 겨울 훈련과정에서 소희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원래 요령을 피우는 아이가 아닌데 훈련을 매우 힘들어해 병원 검사를 권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첫 검사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재차 정밀검사를 해 본 결과 소희는 심장판막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심장판막증은 심장에 있는 네 개의 방(병)이 원활하게 걔폐하지 못해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기는 질병. 정도와 종료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차고 심장이 과도하게 뛴다. 완치가 안 되고, 만성적 질환이라 악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담당 의사는 물론 운동을 그만 둘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소희는 품새선수를 그만 둘 수 없었다. 소희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손발이 차고, 훈련을 하다보면 심장에 통증이 오면서 숨쉬기가 힘든 때가 있었다. 그러다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고 아버지와 엄마는 당연히 운동을 만류하셨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해온 품새를 그만둘 수 없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한다는 전제로 승낙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후 체력운동과 웨이트훈련은 병행할 수 없었다. 힘의 끝점을 강조하는 임팩트있는 품새를 선보이던 경기스타일도 조금씩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형태로 조절했다. 지난 부산 하계훈련 중에는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어 급하게 응급실로 실려간 적도 있다. 류 코치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도 좋지만 힘들면 포기하자고 얘기했다. 그러나 소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여자 Under 17세 부문 결승전 강소희(왼쪽)와 조현지(토평고)의 경기 장면.

결국 소희는 이번 국가대표선발전에서 2학년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첫 번째 품새가 끝나면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 뒤로 돌아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경기에 임했다. 결승전에서는 또래 누구보다 시원시원한 품새를 선보이며 세계제패 도전장을 손에 넣었다.

경기를 지켜 본 류 코치는 “더 강한 훈련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세계대회 흐름에 맞는 부드러움을 강조해 무리하지 않게끔 남은 기간 소희를 지도할 계획이다.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소희는 “류기식 코치님. 그리고 도원결의 이상재 코치님, 김동철 코치님, 평소 훈련할 때 많이 배려해준 언니, 오빠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특히 늘 나를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감사한다. 2학년 언니들을 제치고 국가대표로 나서는 만큼 좋은 경기를 펼쳐 꼭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양택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