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이 올림픽 금메달 싹쓸이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따내는데 그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었다. 이게 한국 태권도의 현실이다.

4년 뒤 리우 데 자네이르 올림픽을 내다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다소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런던 올림픽은 한국 태권도의 현실을 제대로 일깨워줬다.

그렇다면 최소 금메달 2개 이상을 목표로 했던 한국 태권도가 왜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했을까?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지 않고서는 4년 뒤 리우 데 자네이르 올림픽에서도 똑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런던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의 태릉선수촌 훈련 장면.

올림픽 팀 훈련은 사실상 지난해 3월 달 부터 실시했다. 태백선수촌에서 매일 10km에 가까운 가파른 오르막길을 달리는 체력훈련을 소화했고, 지난겨울 테스트 이벤트와 파리국제오픈대회 출전을 겸한 유럽전지훈련도 다녀왔다.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해병대 극기 훈련까지 받고 투지를 키웠다. 게다가 시차와 현지 적응훈련을 위해 한 달 먼저 런던으로 출국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펄펄 날아다닐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체력도, 투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코칭스태프의 훈련방법에 문제가 있던가, 아니면 선수들이 그냥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식으로 훈련에 집중하지 않았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의미다.
 
레슬링의 김현우는 경기도중 다쳐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유도의 김재범은 한쪽 팔이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죽기를 각오한 불굴의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민들은 태권도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투지를 기대했던 것이다. 지나친 기대였다. 여전히 전자호구가 도입되기 전에 일반호구를 착용하고 경기할 때처럼 단발공격과 받아차기가 전부였다. 단발공격 후 상대의 공격이 득점으로 연결될 것을 두려워해 등을 보이며 도망가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국내 각종 대회와 선발전에서처럼 이기는 경기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은 싸우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체력과 기량까지 부족한 한국선수들의 한계를 드러낸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2연패를 이룩한 황경선 선수가 강조했듯 겨루기는 실전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 실전과 같은 겨루기를 통해 체력과 기량을 향상시켜나가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태권도는 더 이상 세계 최강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코칭스태프의 호각소리에 따라 발차기 몇 차례 더 하거나 미트나 차는 그런 훈련방법으로는 세계의 수준과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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