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표(금 1, 은 1)를 받았다. 그나마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린 것은 황경선. 여자 -67kg급 황경선은 아테네올림픽 동메달을 포함해 최초의 올림픽 3회 진출, 베이징올림픽에 이은 태권도 최초의 2연패를 품에 안으며 비틀거리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탱했다. 더불어 황경선은 하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자 개인 종목 2연패의 영광도 함께 품에 안았다.

올림픽 2연패를 품에 안은 여자 -67kg급 황경선(왼쪽)의 결승전 경기 장면.

다양한 경기운영 변화와 함께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해외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그에 반비례해 한국 태권도의 경기력은 주황색에서 빨간색으로 위기가 더욱 짙어졌다.

남자 -58kg급 이대훈은 16강, 8강에서 이 체급 강자들을 상대로 힘겨운 연장전 신승을 거두고, 준결승에서 러시아 데니센코 알렉세이의 후반 거센 추격에 1점차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스페인의 곤잘레스 보니야 호엘의 벽을 넘기에는 체력도, 기술도, 근성도 역부족이었다. 무리한 감량과 준결승까지 살얼음 승부로 인한 체력소모가 겹친 탓인지 3회전 내내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며 결국 9점차로 패하고 말았고, 최연소 그랜드슬램의 목표도 놓쳤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며 출전한 남자 +80kg급 차동민의 8강전 패배는 지켜보던 이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차동민은 16강전에서 박종만 코치의 적절한 비디오판독 신청으로 득점과 함께 기세를 올렸으나 8강전에서 터키의 탄리쿨루 바리를 상대로 3회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결국 차동민은 패자부활전의 기회도 잃은 채 메달입성에 실패했다.    
 
여자 +67kg급 이인종 역시 8강전에서 탈락했다. 이인종은 16강전에서 머리 내려차기, 앞발 머리공격, 뒤후리기 머리 공격 등 다양한 머리 공격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31살의 노장 이인종은 글래디스 에팡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프랑스의 그라페 앤 캐롤라인을 상대로 두 차례의 위력적인 뒤차기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결국 7대 4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어 그라페가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이인종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결정전에 진출했으나 러시아의 바리시니코바 아나스타냐의 거침없는 왼발 앞발 공격에 다시 무릎을 꿇으며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무너진 종주국의 체면을 살린 것은 여자 -67kg급의 황경선. 황경선은 16강, 8강, 준결승 매 라운드를 거치며 오히려 기세가 살아나는 경기력을 보였다. 세계랭킹 4위 터키의 타타르 누르와의 결승전은 황경선의 독무대였다. 황경선은 타타르 누르와의 한 차례 머리 공격 교환 후 오른 주먹, 왼발 앞돌려차기, 왼발 머리 공격, 연거푸 이어진 왼발 몸통 공격을 연결시키고, 3회전 타타르 누르의 추격 기세를 빠른 스텝으로 묶어놓으며 베이징올림픽에 이은 2연패를 품에 안았다. 더불어 런던올림픽 태권도경기장에 첫 애국가를 울렸다.  특히 이 체급에서는 세계랭킹 1위인 이집트의 엘 사왈리 세함, 영국의 간판스타 사라 스티븐슨 다이아나가 라운드 초반 탈락하는 이변도 속출했다.

한국이 최악의 성적을 거둔데 반해 나머지 7개 체급의 금메달은 7개 국가에 골고루 돌아갔다. 여자 -49kg급 중국의 우징유는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베이징에 이은 올림픽 2연패를, 여자 -57kg급에서는 북웨일즈의 19세 소녀 제이드 루이스 존스가 ‘틴에이저 키킹 슈퍼스타’라는 호칭을 얻으며 영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68kg급에서는 예상대로 터키의 사르벳 타제굴이 황태자에서 황제의 자리로 올라섰으며, 남자 -80kg급은 아르헨티나의 세바스찬 에두아르도 크리스마니치, 남자 +80kg급에서는 이탈리아의 카를로 몰페타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한국은 기술, 체력, 근성 등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우위를 내세우기 어렵게 되었다. 한국의 저조한 성적이 결과적으로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에는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국은 국가대표 선발방식, 훈련체계, 선수지원체계, 그리고 태릉선수촌 상시운영 강화 등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양택진 기자>

역대 올림픽 한국 태권도 메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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