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다음달 21일 승(품)단 심사 집행을 강행할 예정인 대한민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 안해욱, 이하 초등연맹)에 대해 승(품)단 심사 계획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일 고한수 상임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최이철 전무이사 등 초등연맹 관계자들이 엄운규 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이를 저지하는 국기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국기원은 지난 5일 초등연맹으로 보낸 공문을 통해 "승(품)단 심사에 관한 지원요청 건은 심사규정 제5조에 의거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된 국가협회에 추천권이 위임돼 있어 현행 규정상 승(품)단 심사에 관련한 제반사항에 대해 지원할 수 없으니 기존 심사규정을 준수해 달라"며 "국기원의 승인 없이 초등연맹에서 다음달 21일 국기원 승(품)단 심사를 개최하는 것은 국기원 승(품)단 심사사업의 업무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행위이고 국기원 단(품)증이 발급되지 않아 일선 태권도장과 응시생에게 피해가 예상되므로 승(품)단 심사 계획을 철회해 주길 바란다" 고 밝혔다.

국기원은 이와 함께 국내 16개 시도협회에도 "초등연맹이 승(품)단 심사를 개최한다고 전국 태권도장 및 언론에 공고를 하고 있어 일선 태권도장과 수련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선 태권도장에 공지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초등연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고한수 상임부회장, 최이철 전무이사, 박광일 기술심의회 의장 등 10여 명의 초등연맹 관계자들은 국기원을 방문, 엄운규 원장과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기원 관계자들의 저지로 인해 엄 원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박기인 국기원 사무국장과 약 1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초등연맹 관계자들은 "원장과의 면담을 막는 이유가 뭐냐"며 "해외사범들은 만나면서 왜 우리는 만나기를 피하는 것이냐"라고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기인 사무국장은 "초등연맹 심사권 요구에 대해 원장님이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대한태권도협회(KTA)에 심사권을 위임한 만큼 국기원에서 초등연맹 승(품)단 심사에 대해 말할 성질이 못 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초등연맹 관계자들은 국기원에서 16개 시도협회에 보낸 공문을 제시하며 "심사권을 KTA에 위임했는데 왜 국기원에서 시도협회에 공문을 발송했는가"라며 "공문서에 보면 초등연맹을 불법단체처럼 명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박 모씨(세계태권도국기원) 같은 사람들인가?"라며 항의했다.

박 사무국장은 "초등연맹을 불법단체라고 말한 적도 없고 명기하지도 않았다"며 "공문을 발송한 것은 심사권을 초등연맹에 부여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승(품)단 심사를 강행하려 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말미암아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초등연맹 관계자들은 "1품 심사료가 16,900원인데도 불구하고 시도협회가 심사비를 마구잡이로 올려 받는 현재의 관행들에 대해 국기원도 관리 ·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며 "태권도의 개혁을 위해 제도권 내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데 이를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심사권을 가져야만 개혁이 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며 "진짜 문제가 있다면 형사고발을 하던지 행정소송을 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개혁이라는 탈을 쓰고 심사권을 달라면 누가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는가"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국기원 방문을 마친 초등연맹 관계자들에게 국기원이 KTA에 심사권을 위임한 사실이 명확한데 KTA가 아니라 굳이 국기원에다 심사권을 요구를 하는 이유를 묻자 최이철 초등연맹 전무이사는 "국기원 심사규정만 개정하면 되는데 KTA에 심사권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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