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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없는 태권도장도 있다[도장탐방] 용산구 갈월동 아리랑태권도장
가장 태권도장다운 도장 아리랑태권도장
  • 김창완 기자
  • 승인 2012.06.26 11:01
  • 호수 773
  • 댓글 3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아리랑태권도장(수석사범 진상은)을 보며 가슴 한 곳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어린 수련생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가 20대 이상의 직장인들. 수련생은 100명이 넘었다. 그야말로 태권도장다운 태권도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리랑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승급심사를 보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일선도장의 성인 수련생 확보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터다. 가슴 한 곳이 뭉클해진 이유는 그런 안타까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 사범이 성인들만을 위한 도장으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과 열정이 어떠했는지, 그가 만들어온 스토리가 뼛속까지 진한 감동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태권도신문이 도장탐방을 시작하며 그토록 찾고 싶었던 그런 도장이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쫓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진 사범은 2007년 달랑 외국인 1명과 함께 도장을 시작해 오늘날 세계 유일의 성인 수련생들만을 지도하는 태권도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리랑태권도장을 방문한 날은 공연히 들뜬 기분이 되었고 진 사범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내내 유쾌했다.

 

   
호신술 수련 장면.
지난 19일이었다. 과연 어떻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어떠한 경영 노하우가 있기에 성인 수련생들만으로 도장을 운영할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던 게 솔직한 방문 목적이었다. 또 다른 일선도장 지도자들에게 알려 주고도 싶었다.

 

그러나 특별한 노하우나 지도법은 없단다. 단지 남들이 두려워서 포기한 길을 진 사범은 5년에 걸쳐 묵묵히 걸어왔을 뿐이란다.

진 사범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재미가 없어 1단을 따고 그만뒀다. 대학 진학 후 다시 태권도에 이끌려 도복을 입었다. 어린이 수련생들과 섞이지 않고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태권도에 흥미를 느낀 진 사범에게 군 제대 이후에도 태권도는 하루의 일과가 됐다.

 

   
아리랑태권도장 1호 수련생 패트릭이 처음 수련할 당시 모습
결국 진 사범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본격적인 성인 태권도장 개관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시작은 미약했다. 친구의 도장을 빌어 2007년 6월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이라는 수련생 달랑 1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수련생이 한 명, 두 명 늘기 시작했고, 그해 9월 5명이 첫 승급심사를 봤다. 첫 승급심사는 태권도 원로이자 세계태권도사범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규헌 사범에게 의뢰해 실시했다. 심사 후 5명의 수련생들이 논의 끝에 아리랑태권도클럽이 탄생하게 됐다.

 

어린 수련생 없는 전국 유일의 성인 태권도장

이렇게 역사적인 첫 승급심사를 마친 뒤 아리랑태권도클럽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입관하기 시작, 수련생 수가 갈수록 늘어나 더 이상 친구의 도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진 사범은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는 장소 제공을 요청했다. 전쟁기념관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태권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점에 착안한 것이다. 전쟁기념관 측도 진 사범의 제안을 받아들여 직원들 체육실을 임대해 주었다.

그러나 태권도 수련 시간과 직원들의 체육을 위한 시간이 맞물리면서 잦은 마찰이 생겼고, 결국 전쟁기념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진 사범은 멈추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신촌 홍익대 근처에 있는 댄스학원을 월 단위로 대관해 수련은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2008년 12월 첫 유단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일본인 여성 마오끼 히로세. 진 사범도 마오끼 히로세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진 사범은 수련생들이 수련할 장소가가 없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진 사범은 포기하지 않고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를 찾아가 수련 장소를 찾아봐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두 단체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을 뿐 해결해 주지 못했다.

답답해진 진 사범도 ‘진정 어린이 수련생만이 도장 경영의 답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초등학교 근처에 도장을 마련할까 하는 궁리도 전혀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수련 장소를 물색하던 중 뜻밖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다름 아닌 수련생들이었다. 진 사범이 수련 장소 때문에 고민이 하고 있음을 수련생들이 알아챘고, 결국 십시일반으로 임대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마련했다.

 

   
지난해 프랑스 부부 기안(우) 2단, 소피 1단을 획득해 기뻐하는 모습
수련생들의 따뜻한 정성과 동참으로 지난해 3월 마침내 성인 수련생들만의 공간인 아리랑태권도장이 개관됐다. 이후 유단자들이 계속 배출됐고, 이제는 유단자가 많은 성인 태권도장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8년부터 수련을 시작한 프랑스인 부부는 3년 만인 작년 6월에 남편이 2단, 부인이 1단을 따는 경사를 맞았다.

 

수련생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라 토, 일요일은 물론 한 주일 내내 수련이 이어진다. 수련 시간은 저녁 7시30분과 8시40분으로 하루 두 번. 목요일에는 유단자들만 모아서 별도의 수련 시간도 갖는다. 진 사범은 “유단자들은 결국 아리랑태권도장을 이끌 중심이고, 또 유급자들에게 동기 부여도 되기 때문에 별도 수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인밖에 없는 태권도장도 있다

수련생들의 분포도 다양하다. 인천, 수원, 남양주, 용인 등 먼 거리에서도 태권도가 좋아서 찾아오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찾아오는 수련생도 있었는데 너무 멀어서 끝내 6개월 만에 퇴관했다. 진 사범이 특히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했던 일이다.

결국 아리랑태권도장이 성공한 비법은 따로 없다. 진 사범의 열정과 수련생들의 태권도에 대한 흥미가 있었을 뿐이다. 진 사범은 “어린이들과 함께 뭉쳐 놓지 말고 성인 수련생들만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다. 또 지도를 하려 하기보다는 같이 뛰고 땀 흘리면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직함도 관장이 아니라 사범으로 결정했다.

 

   
2008년 12월 마오세 히로키(우)가 아리랑태권도장 첫 유단자가 됐다.
모든 교육은 태권도 안에서 이뤄진다. 그야말로 태권도가 아닌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범은 진 사범을 포함해 모두 6명. 외국인 사범도 2명이나 된다. 수련생들 중 20%가 외국인 수련생이니 당연하다. 수련비는 한 달에 12만원. 하지만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받고 있다. 승단 심사비가 다 포함돼 있는 금액이다.

 

태권도를 배운 지 6개월이 됐다는 김지현(26) 수련생은 “태권도는 좋은 운동이다. 체력도 향상되지만 예의를 배울 수 있어서 더 좋다. 직장이 바쁘지 않은 날은 꼭 수련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이인걸 유단자는 “누군가에게 평생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면 단연코 태권도가 1순위”라며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을 맺는 태권도는 운동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고 역설했다.

아리랑태권도장은 다음달 1일부터 도장과 가까운 곳 직장인들을 상대로 홍보 마케팅을 시작, 넥타이부대를 도장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KTA의 성인 활성화 노력에는 아직 큰 성과가 없다. 타 무술도 응용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리랑태권도의 성공 과정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좋은 교육이 있을까?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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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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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2012-06-30 02:20:33

    한국 태권도장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태권도장에 성인들이 많아 질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권도 화이팅!1   삭제

    • 배규태 2012-06-28 14:45:18

      저도 성인활성화를 위해 고민도 하고 노력중인데 진사범님의 땀과 수고가 이런 좋은 날을 만들었군요. 어렵고 고된 길이 이젠 보람이 되고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비전을 갖고 태권도를 전파하시기 바랍니다. .   삭제

      • 태권도인 2012-06-26 11:26:27

        태권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진사범님께서 지금의 태권도장으로 만들기까지의 고생하신 것이 보여집니다. 이런 태권도장이 더 많이 생겨나야 태권도 발전과 종주국의 모습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록 전 엘리트체육을 하는 지도자지만 언젠가는 태권도장에서 진사범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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