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계대학선수권대회가 지난달 30일 6일간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도 포천 대진대에서 열린 제12회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대진대학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등록센터

<숙박문제>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2인 1실, 1인당 1일 60유로를 받고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대회를 유치했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심한 경우 6인당 1실을 제공해 참가국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쿠바의 경우 4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는데, 1명의 여자선수는 방에서 자고 다른 3명의 남자 선수단은 마루에서 잠을 청해야했다. 중국, 멕시코, 일본, 이집트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도 방배정은 다르지 않았다.

<심판문제>

품새의 경우 7심제로 경기를 운영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심판은 고작 10명. 국내대회만 하더라도 최소한 3교대를 할 수 있는 심판을 선임한다. 맞교대조차 불가능한 상황. 10명의 심판들로 쉴 새도 없이 강행군했고, 겨우 시간을 쪼개서 1명씩 교대로 쉬면서 이틀을 버텨냈다.

겨루기의 경우도 심판운영의 미숙은 드러났다. 대회 마지막 날 남자 -80kg급 결승전. 한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주심은 대만계 미국인 캐롤이 경기를 운영했다. 대만과 특수 관계에 있는 중국 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 팀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 미국시민권을 가졌다지만 대만인이나 다름없는 심판이 중국선수가 뛰고 있는 경기에 심판을 본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외에도 문제점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중국선수단은 선수등록을 7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선수등록을 맡은 책임자는 단 한 명. 그 한 명의 책임자가 선수들이야 기다리든 말든 식사시간으로 두 시간을 허비하는 등 봉사정신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장 코트가 WTF 규정과 맞지 않게 설치되었으며, 매트 역시 일반매트를 깔았다가 다시 교체하는 등 이번 대회는 허점투성이었다. 이런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첫날, 조직위원장인 서장원 포천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기념촬영을 하는 등 대회의 문제점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고, FISU측은 대회 전 철저한 대회 사전 점검보다는 대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FISU 규정을 내세워 혼선을 자초하는 문제점을 보였다.

대회 마지막 날 시상식에서 만난 이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최근 열린 국제대회와 비교해 가장 부실한 대회로 평가받았는데 이번 세계대학선수권대회도 전혀 다를 게 없는 대회였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반해 대회 주최단체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경기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이번 대회를 총괄한 켄 민(Ken Min) 박사는 대회가 끝날 무렵 총체적 부실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몇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완전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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