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대기석에서 지나가 지대환 코치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충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 전국어린이태권왕대회 둘째 날, A리그 저학년부 웰터급 결승전 경기에 진출한 박지나(여, 송추초등학교 2, 용인대 송추태권도장)는 이번 대회가 겨루기 첫 출전이다. 총 4명의 선수가 참가한 저학년부 웰터급에서 그나마 준결승은 부전승으로, 그리고 결승전 상대는 남자 선수.

그런데, 출전대기석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지나는 겨루기 경기 첫 출전, 그것도 전국대회 결승전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표정은 하나도 없이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짓고, 호기심에 눈을 반짝거린다. 세컨을 보는 지대환 코치(32)와 눈을 맞추며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폼이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듯하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발이 뜻대로 쭉쭉 올라가지 않은 지나는 1회전에 상대 남자 선수에게 머리를 맞고 말았다. 그러나 1회전이 끝나고 세컨석으로 돌아온 지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시 얼굴에 미소를 짓고 지대환 코치와 눈을 맞춘다. 2회전에서 다시 머리를 맞은 지나는 발로는 안되겠는지 결국 힘으로 남자선수를 밀어 코트 밖으로 넘어뜨려 버린다. 이 모습에 경기장 밖에서는 송추초등학교 팀 코치이자 지대환 코치의 누나인 지은주 코치(35)가 “지나야, 그러면 안돼. 그럼 안돼” 하며 웃음을 터뜨리며 지나를 말린다. 그러나 지나는 남자 선수를 넘어뜨린 것이 기쁜지 의기양양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결국 3회전에서 다시 머리를 두 번 맞은 지나는 12대 0으로 지고 말았다.

지나는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지은주 코치 남매가 운영하는 용인대 송추태권도장에서 처음 태권도를 수련했다. 소심하고 자기표현이 많지 않았던 지나는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많이 밝아졌다. 지은주 코치는 “지금은 반에서 부반장도 하고, 많이 씩씩해졌다. 가끔은 너무 씩씩해서 주변 남자아이들을 휘어잡기도 하지만...”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돌 그룹 빅뱅을 좋아하는 지나는 그동안 소규모 품새 대회에는 몇 차례 참가해 보았다. 주변 언니, 오빠들이 겨루기 대회에 나가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겨루기에 출전했지만 한 대도 때려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남자선수에게 머리를 맞았을 때 아프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프진 않았는데 좀 화가 났어요. 그래서 가서 밀어버렸어요. 뒤차기를 꼭 차보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한다. 다음에 또 겨루기 대회에 출전할 것인지 묻자 “재밌어요. 또 해보고 싶어요. 다음번에는 나도 발로 꼭 얼굴 때려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다음 대회에서는 과연 지나가 멋진 뒤차기를 성공하고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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