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육인들의 제전인 제87회 전국체육대회가 다음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경상북도 일원에서 개최되는데 태권도 경기는 18일부터 22일까지 경북 영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지난 13일 메인스타디움이 설치될 김천시에서 16개 시도협회 대표자 회의를 통해 각 종목별 대진표 추첨이 끝나면서부터 전국체전의 열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각 시도협회는 전국체전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고향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선수들의 훈련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고, 선수들 또한 고향을 대표해서 전국체전에 출전한다는 자부심과 애향심을 가득 가슴에 담고 출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열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지만 정작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한 대회운영 주최 측은 걱정이 태산이다. 매년 단 한 번도 말썽 없이 대회가 깔끔하게 마무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1997년 강원도 동해 전국소년체전부터 지켜봤지만 액션영화 한편을 보는 듯했다. 어느 한 쪽 시도가 먼저 심판판정의 빌미를 잡아 항의를 하면 다른 시도들도 이에 뒤질세라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심한욕설과 기물을 파손하는 거친 항의가 봇물처럼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거친 항의가 없을 경우 자신들의 소속협회 선수들이 심판판정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대한태권도협회가 거친 항의를 하는 시도협회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인상을 타 시도협회가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대한태권도협회는 심판판정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항의를 해오는 시도협회에게 규정대로 소청을 유도하고 정확한 소청심사를 통해 명확한 해명과 그에 따르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심판판정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심판에 대한 현장 징계가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시도협회에도 소청제도의 규정을 무시하고 경기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먼저 거친 항의를 해올 경우 강력한 현장 징계로 경기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시도협회가 거친 항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 경우는 체전의 모범이다. 심판판정으로 인한 승패는 물론 경기에 대해 전혀 항의가 없다. 그러면서도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국체전은 말 그대로 국내 체육인들의 제전이다. 정해진 규정대로 정정당당하게 싸워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주는 스포츠맨십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산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전에 '무도' 라고 태권도인들 스스로 강조하고 있다. 무도를 했다는 자긍심이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직접 행동으로 무도인임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역대 그 어느 전국체전보다도 가장 깨끗하고 멋있는 전국체전으로 이끌어 주기 바란다.

전국체전의 말썽꾼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태권도. 이러한 지저분한 오명을 뒤집어써야 할 이유가 없다.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심판부는 심판판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시도협회는 심판판정에 문제가 있다면 소청제도라는 규정에 의해 해결방안을 찾으면 된다.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권도 경기가 이젠 체전의 말썽꾼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체전의 모범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