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는 지난달 30일 태릉선수촌에서 열기로 했던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3차 평가전을 연기해 오는 12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KTA가 3차 평가전을 연기한 이유는 여자 +67kg급 안새봄(삼성에스원)의 부상 때문.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 만큼 기량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KTA의 평가전 일정 연기 배경이다. 평가전에 임하는 모든 선수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태릉선수촌 태백분촌에서 함께 달리며 체력훈련에 열중하던 이인종(앞), 박혜미(오른쪽), 안새봄의 모습. 같은 소속팀 삼성에스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애를 쌓아온 이들이 같은 체급에서 런던 올림픽 본선 티켓을 다투게 되며 뜻하지 않은 파열음이 일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KTA는 문대성과 김경훈을 놓고 다시 선발전을 치렀다. 1위 김제경이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차지한 이후 같은 팀 소속 선·후배였던 문대성과 김경훈이 정상적인 경기에 의하지 않고 편의대로 순위를 정한 것이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추가적인 선발전은 KTA가 기량이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선수를 정확히 선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취한 선택이었다. 결국 김경훈이 선발전에서 문대성을 누르고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경우는 꼭 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조건에서 기량이 우수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는 다르지 않다는 게 KTA의 설명이다.

KTA가 평가전을 연기함에 따라 안새봄으로서는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지만 안새봄과 출전권을 다투는 이인종(삼성에스원)으로서는 오히려 특정 선수를 위한 불공정한 연기라는 이의제기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안새봄이 그때까지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아 경기에 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상 회복을 위해 훈련을 쉴 수밖에 없고, 경기감각도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KTA가 평가전을 연기하게 된 원인이 자신의 부상 때문이라는 심적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KTA의 평가전 연기는 남자 -58kg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차 평가전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던 이길수는 기세가 다소 주춤해질 수가 있고, 1·2차 평가전에서 졸전을 보인 이대훈은 분발의 결의를 다질 시간을 벌게 됐다. 3차 평가전 연기가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승부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A 양진방 사무총장은 “어느 특정 선수에게 혜택을 주려는 게 아니다. 협회로서는 바늘구멍만큼이라도 기량이 나은 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더 많은 준비를 하는 선수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의 태릉선수촌 입촌 일정도 2일에서 9일로 연기됐다. 올림픽 평가전을 끝낸 차동민과 황경선을 포함한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 대표팀이 먼저 입촌, 훈련을 시작한다. 남자 -58kg급과 여자 +67kg급의 3차 평가전이 끝나고 올림픽 코칭스태프가 구성되기 이전까지는 김세혁 총감독이 혼자서 대표팀을 지도하게 된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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