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를 지켜본 대부분의 태권도 관계자들은 경기용 품새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용 품새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승(품)단 심사에 사용되는 규정 품새만으로는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양한 고난이도의 발차기 동작이 포함돼야 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철 기자.

규정 품새에 포함돼 있는 대부분의 발차기 동작이 앞차기, 옆차기로 이뤄져 있고 발을 차는 높이도 몸통위주로 구성돼 있다.
뒤후려차기, 돌개차기, 뛰어뒤차기 등 겨루기에 사용되는 발차기 기술은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몸을 공중으로 뛰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하고 멋진 동작들은 기대할 수도 없다.

관중들은 품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펼치는 틀에 박힌 평범한 동작들에 금세 식상함을 느끼고 만다. 태권도를 수련해보지 못한 일반 관중들이 정신력과 함께 수련의 깊이가 내재돼 있는 품새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겨루기 경기와는 달리 동작 하나마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이유로 경기 도중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보내는 활기찬 응원문화도 보기가 힘들다.

또한 규정 품새가 현재와 같이 경기에 그대로 적용돼 있을 경우 선수들의 기량이 날로 향상돼 마침내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되면 심판들도 판정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에는 정확성보다는 표현력에서 승부가 결정될 소지가 많고 관중들도 어느 선수가 잘 했는지 판단기준을 인지하기 어려워져 판정시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양한 고난이도의 기술이 포함된 경기용 품새를 개발, 도입해 품새 대회만의 특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어야 한다.

태권도 3대 기구들도 경기용 품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6월 27일 국기원 연구소에서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KTA) 등 태권도 3대 기구 실무자들이 경기용 품새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자는데 합의,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경기용 품새 개발을 위한 위원회조차 구성이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경기용 품새 개발은 연구진들의 깊이있는 연구와 노력이 병행되고 또한 여러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문제점들을 보완, 태권도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균형적인 기량 향상을 위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기용 품새를 수련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품새를 통해 태권도의 저변확대를 추구한다는 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태권도 3대 기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경기용 품새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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