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관장(왼쪽)과 이주현 사범

하루에도 몇 개의 태권도장이 문을 열고 또 문을 닫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용산구 한남동에는 40년 동안 지역을 지키며 태권도를 보급하고 봉사하는 태권도장이 있다. 주민 대부분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태원태권도장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국내 및 해외 제자들을 배출해온 이 도장에서는 지금 대한태권도협회(KTA) 경기분과의 산 증인으로 지난해 품새 부의장에 이어 올해 겨루기 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갑식 관장(66),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 출신 이주현 사범(25)이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젊은 이주현 사범은 도장에서도 호랑이 사범으로 유명하다. 여자 사범이라 처음 대하는 학부모들은 오히려 걱정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러나 이 사범이 자녀들을 지도하는 열정, 그리고 수련생들이 이 사범을 따르는 모습에서 걱정의 자리에는 어느새 단단한 신뢰가 쌓여갔다.

겨루기 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이 사범은 고등학교 시절 국가대표 시범단에 반해 진로를 품새로 바꿨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고 시범단으로 활동하면서도 대학연맹 겨루기시합에 출전해 두 차례 우승과 우수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열정이 가득한 태권도인. 기본기를 가장 중요시하는 이 사범은 “흰띠부터 기본기를 확실히 잡아야한다. 공부든 운동이든 기본기를 무시하면 나중에 더 힘들거나 어려워져 매주 기본동작과 매일 품새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난히 힘차게 인사를 하며 도장으로 들어오는 수련생들에게서 부녀지간을 떠올리게 하는 김 관장과 이 사범은 인사를 받아 주며 수련생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수련시간 전 다른 도장에서는 뛰어놀며 장난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의 수련생들은 조용히 줄넘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 도장에서는 수업 전 항상 500개의 줄넘기를 한다. 그런데 수련생들의 줄넘기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김 관장은 “줄넘기는 기본적으로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신체 모든 부분의 운동이 골고루 이루어져 균형 있는 체형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주현 사범이 수련생의 동작을 바로 잡아주고 있다.

태권도 본 수련시간이 시작되자 우렁찬 기합소리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수련생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힌다.

이 도장에서는 월요일에 기본동작과 기본 발차기, 화요일에 음악줄넘기와 시범발차기, 수요일에 태권체조와 단체운동, 목요일에 학교체육과 겨루기발차기, 금요일에 체력운동과 겨루기를 지도한다.

또 현재는 일반 도장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 팔괘 품새를 유품자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팔괘 품새 또한 태권도 품새 중 일부이고 유품자라면 당연히 알아야하는 동작이기 때문이다다.

덕분에 이태원태권도장은 서울시내에서도 품새면 품새, 겨루기면 겨루기, 못하는 게 없는 도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련하는 모습에서 기본동작과 기본발차기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태원동, 한남동 등 인근 지역이 몇 년 전부터 재개발 대상이 되면서 수련생들이 많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김 관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수련생들의 전인교육에 힘써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힌다. 호랑이 이 사범은 “대학 때부터 시범을 통해 여러 봉사활동를 해왔는데, 앞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태권도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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