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기에도 또래들과 나이 차가 느껴지는 덩치 큰 선수가 저학년부(1-2학년)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와 맞선 체격이 작은 선수는 한 번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패한 선수의 지도자는 상대 선수가 도저히 2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경기부에 항의를 했다. 그러나 경기부에서 확인한 결과 그 선수도 엄연히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저학년부 선수였다.

지난 10월 태권왕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항의를 받은 A 선수는 중국에서 한국에 온 지 채 1년이 넘지 않은 조선족.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와서 태권도를 배워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좀 많다. 2002년 1월생이라 일반적으로 같은 해 출생 학생들은 대부분 4학년에 재학 중이고 선택에 따라 3학년에 다니는 학생들도 가끔 있는 정도.

A 선수는 2011 초등연맹회장기대회에서도 강자들을 모두 RSC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A 선수와 결승전을 치른 B 선수는 준결승에서 상대를 2회전 RSC로 꺾고 올라왔지만 결승에서는 제대로 공격 한 번 못해보고 좌절했다. A 선수와 소속팀 지도자도 크게 기쁨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주변의 시선이 부드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지켜보던 대회 관계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학년으로만 부를 나눈 대회 규정에 따라 이 선수를 저학년부에 출전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이 제한을 둘 경우 이 선수는 대회에 출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런 경우에 적용할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이 차에 따라 경기력도 크게 다른 저학년부와 중학년부에서는 학년과 함께 나이도 고려하는 단서조항을 추가하자는 등의 의견이다.

과거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중?고등부 선수들이 고의적으로 휴학을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으로 진급을 늦추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한체육회 선수등록 규정에 따르면 초등부는 만 13세 이하, 중등부는 만 16세 이하, 고등부는 만 19세 이하로, 최대 2년은 학년을 늦춰도 선수등록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는 별도로 유급은 1년에 한해서 인정한다. 고의로 2년 유급할 경우에는 선수등록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A 선수는 소년체전에도 출전할 수 있다. 이 선수는 유급생도 아니고 출생연도가 1년 앞서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 국적의 선수들을 체전에 출전시킬지 여부는 각 경기가맹단체에서 판단한다. 대한태권도협회에서도 체전에 앞서 기술전문위원회가 외국 국적 선수의 참가 신청이 있을 경우 사실 관계를 따져 출전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