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한 관장

얼마 전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 여성이 목욕탕 출입을 거부당한 일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가 겪는 어려운 현실이 방송에 비춰지기도 했고,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려는 정부의 노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 국민은 180만 명으로 추산되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비교적 많이 분포돼 있는 경기도 광명시의 우주태권도장의 수련시간. 태권도 동작을 연습하는 수련생 중 외모가 다른 아이들이 다수 눈에 띈다. 태권도에 집중해 땀을 흘리는 모습, 휴식 시간에 한 데 어우러져 장난하고 뛰어 노는 모습은 또래 초등학생들과 다른 것이 없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13년 동안 광명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한(39) 관장은 총 35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이 관장이 이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다문화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해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고 직접 모집을 시작했다.

“어렵게 부모들을 설득해 처음에는 6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5명이나 됩니다.” 수련생이 많이 늘어났다며 싱글벙글한다. 

이 관장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도장에서 지도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다문화가정의 80%는 경제적 빈곤층입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아이들이 위축되고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중고교에 진학하면 비뚤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도장에서 제가 제대로 가르쳐서 이 녀석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사회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 관장은 사회복지학까지 전공한 사회복지사로 평소 많은 봉사활동을 실행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지도하는 것 외에 2년 간 장애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양천구 목동의 신목종합복지관에서는 15명의 지적장애인이 이 관장을 기다린다. 

이 관장의 봉사에 대한 열정은 도장의 일반 수련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관장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이 도장 수련생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여름에는 농촌 일손을 돕고, 겨울에는 저소득층에 연탄을 배달한다. 가까운 안양천 정화운동도 참여하고 예전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됐을 때도 수련생들은 두 번이나 그곳을 찾았었다. 

이 관장이 최근 갖게 된 새로운 꿈이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다른 인종의 부모를 갖게 된 아이들이 밝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 수련생 중에는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서 엄마의 나라에 가서 태권도를 전파하고 싶다는 녀석도 있습니다. 피부색은 달라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이들을 잘 보살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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