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대학 태권도부 명맥을 지켜나가고 있는 성신여자대학교 태권도부 지소현(2학년)의 꿈은 성신여대 태권도부가 ‘여고생 태권도 선수들의 로망’이 되는 것이다. 성신여대 태권도부는 1990년대 중반까지 화려한 명성을 자랑했지만 이후 전국대회 금메달 하나 따지 못하면서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 9월 쿠웨이트 팀의 지도를 맡아 떠나게 된 전임 신동선 코치의 추천을 받아 모교 출신의 윤성미 코치(27)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경미, 김미나, 지소현, 이혜인, 신정아, 김도희, 윤성미 코치(왼쪽부터)

신정아(4학년), 김미나(4학년), 이경미(3학년), 이혜인(2학년), 지소현(2학년), 김도희(2학년) 등 6명의 선수로 훈련하고 있는 성신여대 태권도부 규모는 생각보다 단촐했다. 지난 겨울 아제르바이잔으로 선수 활동을 위해 떠났던 김원경이 11월 귀국해도 총 7명이다.

성신여대 태권도부는 훈련량이 많은 팀도 아니다. 평상시에는 오후 3시부터 2시간 반 가량의 훈련을 한다. 훈련 시간이 짧은 만큼 그녀들에게 이 시간은 ‘절대 집중력’의 시간으로 불린다. 다른 학교에 비해 선수 규모가 작다보니 훈련 방식도 자연스레 윤 코치와 선수, 1대 1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한 명이라도 훈련에 빠지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아프다고 훈련에 빠지는 ‘환자’ 선수는 아예 없다. 스피드 훈련 시에는 한 명의 선수를 둘러싸고 다섯 명의 선수가 지켜보기 때문에 꾀를 부릴 수 도 없다.

윤성미 코치

이제는 4학년이 된 신정아와 김미나가 신입생으로 갓 입학했을 때 4학년 선배였던 윤 코치는 수원시청에서 현역선수로 활동하다 모교 후배들의 지도를 맡았다. 윤 코치는 “훈련시간은 짧지만 집중력 있는 기술훈련을 주로 하고, 학교 웨이트장에서 체력훈련을 한다. 선배가 아닌 지도자로 선수들을 맡은 지 이제 두 달이다. 아이들이 가장 이쁜 건 비록 적은 훈련시간이지만 자율적으로 개인훈련을 소홀하지 않는 점”이라고 말한다.

성신여대 태권도부 선수들은 훈련과 더불어 모든 정규수업을 이수한다. 특기생이라고 해서 학점관리를 해주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모두 상대평가에 따라 자기 힘으로 학점을 따내야 한다. 체육학과인 4학년생들과 스포츠레저학과인 2ㆍ3학년 선수들 모두 평점이 3.5 이상으로 전공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새벽까지 리포트를 써서 제출하고, 정해진 수업이 끝나면 태권도부에서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다.

양윤권 교수

선수 활동에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성신여대 태권도부는 지난 여성부장관기대회에서 전 선수가 모두 입상권에 들어 메달을 획득했고, 대통령기대회에서도 지소현과 김도희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KTA회장기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미나는 이미 실업팀인 고성군청으로 입단이 결정되었다. 이렇게 최근 착실히 성적을 내고 있지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할 때에는 언제나 선수들이 모든 장비를 직접 챙겨들고 먼 지방까지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태권도부 지도감독을 맡고 있는 양윤권 교수는 따로 출장비가 지급되지 않아 자비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동행하고 있다. 학교 측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성신여대 태권도부의 비상에 중책을 떠맡은 윤 코치는 “믿고 팀 지도를 맡겨주신 양윤권 교수님과 신동선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선배 같은, 언니 같은 지도자로 성신여대 태권도부를 키워서 다음 후배에게 잘 물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정문을 들어서며 오른편에 위치한 대강당 지하 태권도부 훈련장에서는 꽃보다 아름다운 태권낭자들이 국내에 유일한 여대 태권도부 선수단의 명맥을 지키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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