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태권도경기 첫날. 1코트에서 벌어진 남고부 -58kg급 결승전은 이날 펼쳐진 경기 가운데 가장 멋진 경기였다. 전남 대표 박병훈(광양고)과 서울 대표 김승현(한성고)은 상대의 머리를 번갈아 공략,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했다.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박병훈의 발끝이 김승현의 턱에 꽂히면서 또 다시 역전에 성공, 승부는 10대 9로 가려졌다. 2회전부터 경기를 지켜보던 KTA 윤웅석 의장은 “허~ 그놈들 게임 아주 재미나게 하네” 하며 마지막까지 공격의 끈을 놓지 않는 두 선수의 투지를 칭찬했다.

  이 경기의 승자 박병훈은 그러나 전국대회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태권도 선수의 길로 들어서 광양 중동중학교 시절부터 이번 전국체전 직전까지 단 하나의 전국대회 메달도 딴 적이 없어 그야말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가 끝나자 아들을 응원하던 어머니 이원옥(44) 씨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우리 아들 사랑한다”며 박병훈을 끌어안았다.

박병훈의 장점은 큰 키와 긴 다리에서 나오는 앞발 상단 공격과 밀어차기. 중동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를 지도한 광양고 양재훈 코치는 “그동안 전국대회에서 강자들과 붙어서도 초반에는 앞서나가다 소심한 경기운영으로 점수를 내줘 역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실한 데다 신체조건이 좋아 대담성만 갖추면 언제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의 좋은 경험이 대학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간 전국대회에서 초반 승세를 지키지 못했던 탓인지 박병훈은 가장 많은 점수차로 이긴 16강전이 가장 부담스러웠단다. 결승전에서 자신의 발끝에 상대의 턱이 걸리는 순간 “이겼다”는 생각과 함께 부모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었다고.

전국대회 메달은 없었지만 잠재성을 알아본 한중대에서 그의 입학을 받아들였고, 이번 전국체전 메달로 4년 전액 장학금까지 약속한 상태. 여의치 않은 가정형편으로 신체조건에 비해 체력이 부족해 고교 시절 합숙 때도 식단에 가장 신경을 썼다는 양 코치의 말처럼 그로서는 부모님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린 게 가장 큰 선물이다.

친구들이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땄을 때 함께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데…”하며 마음이 아팠었었다는 박병훈. 이번 금메달을 계기로 “대학에 들어가 더욱 성실히 훈련해서 적어도 내 이름 석 자 정도는 남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양택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