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은 궁극적으로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그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모든 인간의 능력들은 스스로 개발해야 된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찬란한 보석을 안에 품고 있어도 그것을 깨내서 연마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태권도 수련은 궁극적인 건강성과 생명성이 나오게 하고, 그것을 만들고 강화해 나가는 방법이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 화타 이래의 모든 무술 적 근본철학이 “양생(養生)의 도” 즉, 살아있는 부분을 더 튼튼하게 기르는, 그래서 미리 병을 예방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동양 건강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술 적 측면에서의 가장 큰 가치중 하나도 건강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무술적 측면에서 기능과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본적인 원리들은 동양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사상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무술 수련은 내면의 강화를 통해서 몸을 튼튼하게 하든, 외적인 단련을 통해서 내면을 공고히하든, 결국 어느 한쪽으로만 일관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은 이미 심신의 상호작용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무술의 행위들이 근본적으로 행한다는 자체만으로 양생을 통한 건강획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환경적 상황을 만들고 우리 몸이 그런 상황에 단계적으로 반응하고 적응하면서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장은 단계적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단계적 수련이 중요하다 

인간의 몸이 변하는 것은 어떠한 자극에 반응하고 대처하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못한 자극이 오면 인간의 몸은 그 자극에 대해 생리적, 심리적으로 대처하기 마련이다. 이때 자극이 너무 약하면 반응이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반면에 너무 세면 그 자극을 회피하게 된다.

그래서 언제나 자극과 반응의 근본적인 상황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적절함(proper)이라는 것이다. 적절한 운동과 적절한 휴식이야 말로 가장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이러한 적절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기 위한 무술수련의 가장 기본적 원리가 바로 “미량체증(微量遞增)”이다. 작은 량을 점점 증가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서양의 과학적 트레이닝 방법에서 말하는 과부하의 원리(Overload principle)와 동일한 것이다. 느끼지 못하는 미량을 번갈아 지속적인 자극으로 제공하는 방법이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그런 변화에 적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 몸이 자극을 회피하지 않게 하는 중요한 방법인 셈이다. 작은 양의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증가는 회피반응 없이 우리 몸 안에서 자연스런 생리적인 변화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환경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신체적 정신적 상황에 동일하게 적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체적으로 적절한 강도의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부여는 그런 자극을 이겨내기 위한 생리적, 대사적 변화를 통해 우리 몸의 기능을 강화해주고, 심리적으로도 점차 정신적 영역의 폭을 확대해 주게 된다.

태권도 수련에서 백띠보다는 청띠가, 청띠보다는 홍띠가 모든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효과인 것이다.

도장에서의 수련은 그래서 예로부터 엄밀한 정도와 등급이 정해져 있었다. 백띠의 수련과 청띠의 수련이 다르고 홍띠와 품띠, 블랙벨트의 수련 정도와 환경이 다르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초보에서 상급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점차 수련과제가 고난이도로 변하고 운동량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운동이 바로 태권도이기 때문에 태권도가 점진적으로 변화를 유도해주는 가장 좋은 운동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리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동양에서 인간은 정(精)과 기(氣)와 신(神)의 결합체로 보았다. 그래서 동양에서의 건강하고 튼튼한 인간이란 강정(强精)하고 기가 충만하여 그것이 잘 드러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정(精)이라는 한자어의 미(米)는 쌀을 의미하고 이것은 우리들이 음식물을 섭취해서 얻는 우리 몸의 근본을 말하는 것이다. 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이런 몸의 근본이 운영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이 신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정신(精神)이라는 말은 결국 우리 몸의 근본이 얼마나 잘 운영되느냐는 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총기, 활기, 근기 등의 말들이 전부다 정신과 신체의 어우러짐의 반영이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장에서 이런 요소들을 단계적으로 확장시켜 나가고 배양해 나가는 점진적 수련방식이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한다.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소화하고, 고르게 영양을 섭취해서 정을 강화시키고, 또 이런 몸의 근본적 상황이 일상생활에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태권도장에서 수련을 하면 일차적으로 잘 먹고 더 튼튼해지며 더 활기 있고 정신이 바로 서는데 어느 누가 태권도장에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수련방법과 원리가 중요하고 그 동안의 태권도장들은 이런 궁극적인 변화와 가치보다는 단순한 재미로 어필하는데 주력해 왔다는데 있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류병관 본지 전문위원(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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