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권 관장

추석 연휴 다음날 오전 11시경. 수원에 있는 경희대석사철권태권도장 최철권(32) 관장에게 취재 요청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최 관장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며칠 동안 몸살을 앓다 병원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오후에 도장에 들러서 취재를 좀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바쁘지 않은 시간으로 약속을 잡긴 했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버릴 수 없었다. 미심적은 마음에 약속 두 시간 전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최 관장은 이미 도장에 도착해 있었다.

“추석명절 내내 감기 때문에 크게 고생했습니다. 연휴가 끝나면 낫겠지 했는데, 수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 수액을 했습니다.” ‘사범이 없나?’, 그것도 아니었다. 최 관장은 사범 두 명과 함께 도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답은 수업시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수업 전까지 가급적 말을 아끼던 최 관장은 짧고 굵은 목소리로 수업에 임했다. 수련생들은 최 관장의 몸 상태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고 수업은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갔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 최 관장과 수련생들의 대화가 시작됐다. 그때 최 관장이 오늘 병원 다녀온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관장님이 며칠 동안 앓다가 오늘 병원에 갔었다.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오늘 하루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너희들과의 약속인 태권도 지도를 위해 인내하며 수업을 끝내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너희들도 힘든 일이 있어도 하고자 한 일을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

최 관장이 어린 수련생의 옷매무새를 고쳐준 후 손을 마주치고 있다.

최 관장은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의지를 제자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항상 얻는 것이 컸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오늘도 어린 수련생들에게 직접 이런 교훈을 주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도장으로 옮겨 놓았다.

수업이 끝날 무렵 어린 수련생들의 옷매무새를 직접 바로잡아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이를 오랫동안 지켜보아온 초등학교 수련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취학 전의 더 어린 아이들 띠를 매주곤 한다. 수업시간의 엄숙함과 사뭇 다른 따듯한 분위기다. 

도장은 두 개의 수련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들어간 수련장에는 농구대를 비롯한 타 종목 용품들이 많았다. 도장 옆 수련장에 유소년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구기종목 용품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도장의 두 번째 특징이다. 유소년스포츠클럽을 완전히 분리해 따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최근 태권도장의 강력한 경쟁학원이 바로 유소년스포츠클럽이다. 때문에 다수 도장에서는 스포츠클럽에서 이뤄지는 구기종목,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도장 수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도장에서도 다양한 스포츠를 배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최 관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태권도 수련시간에 타 종목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죠. 다른 것을 배우려면 따로 등록해서 시간을 할애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포츠클럽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물론 각 종목별 강사는 전문가로 구성했죠.”

최 관장이 스포츠클럽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도 있다. “5세부터 70세까지 누구나 운동할 수 있는 그런 체육시설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에 적합한 프로그램은 물론 인재들도 양성해 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도장과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면서 보완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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