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대학교 학사(또는 석사) 태권도장'. 최근 아파트촌이나 도장 밀집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장 명칭이다. 이렇게 대학 동문 도장 간판을 달기 위해 고액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대학 사회교육원에 등록하는 일도 다반사다.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관장들도 당장 학부모나 수련생들에게 비치는 도장의 이미지 때문에 대학 이름을 붙인 간판을 내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대룡 관장

뜻밖에 부모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걸고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 한국대룡태권도장 정대룡(35) 관장은 오랜 사범 생활을 끝내고 2006년 이곳에 처음 도장을 열었다. 자신이 갖게 된 첫 도장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오랫동안 고민하던 정 관장은 학교 명칭을 내걸지 않고 자신의 이름 앞에 ‘한국’을 붙여 도장을 등록했다. 오랜만에 접해보는 멋진 도장 이름이다. 

대룡태권도장은 태권도 실력도 뛰어나다. 지난달 의정부시장배 태권도대회에서 겨루기부문 종합 준우승, 품새부분 종합 3위에 오르는 성적을 냈고 정대룡 관장은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품새부문에서는 조별 우승자가 맞붙어 최고를 가리는 왕중왕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높은 실력을 뽐냈다. 

이 도장 최고수들이 모여 있다는 6시30분부의 수업을 지켜보니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수준높은 기랭을 보여 주었다. 엘리트 선수들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을만한 품새 동작은 물론 고난도 텀블링 등 마치 유명 시범단의 연습장면처럼 보였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지역대회를 넘어서도 입상이 가능해 보였다.

대룡태권도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태권도 기술 훈련 이외에 스트레칭이나 기공체조, 태보, 낙법 등이 수업에 다수 포함돼 있다. 어린 시절 운동을 좋아했던 정 관장은 태권도를 배우면서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운동을 익혔고 제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업에 반영하고 있다.

정 관장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함께 뛰고 자기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워낙 수련을 즐기는 사람이다. 관장의 이와 같은 마인드가 수련생들에게도 전해져 수련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그것이 곧 수련생들의 실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실시하는 유급자, 유품자 분리 교육도 능률적 수련을 돕는다. 유품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따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정 관장은 빠듯한 도장 살림에도 원래 도장 건물 옆에 또 다른 장소를 확보해 따로 수련 공간을 만들었다. 

대룡도장 수련생들은 태권도 실력만큼 인성교육도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주 월요일 실시되는 인성교육이 큰 역할을 하지만 평소 정 관장의 올바른 사고와 행동이 수련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더 큰 교육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짐작된다. 

옛 스승의 권유로 태권도 지도자가 되었다는 정 관장은 지금껏 사범이라는 직업에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 20년 가까운 지도자 생활이 그저 마냥 좋기만 하단다.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지내면서 점점 더 젊어지는 느낌이라 좋아요. 평일에는 도장에서 함께 태권도를 하고, 주말에는 이곳저곳 함께 다니며 제자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죠.”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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