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최강전에서 선보인 리그전 경기. 코트 앞 전광판에서 선수들의 순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국기원에서 열린 실업최강전에서 보인 리그전은 총 8명의 선수가 출전, 모든 선수가 차례로 맞붙어 1분 1회전씩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수당 7경기씩 총 28경기가 치러졌고, 전체적으로 45분 정도 소요됐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전광판을 통해 선수와 관객들은 지금까지의 순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세계태권도연맹(WTF) 관계자들도 이 리그전을 참관했고 리그전 시도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그전은 토너먼트에 비해 비교적 공평하게 기량을 겨뤄 순위를 가려낼 수 있다. 한 번 패배로 좌절하는 일도 없고, 대진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자신의 운명을 예견할 필요도 없다. 다만 종래 2분 3회전 방식을 취할 경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선수들에게도 그만큼 체력의 부담이 커진다.

이번 시범대회에서는 각 선수의 득점을 합산한 순위 결정, 즉 각 선수가 7경기에서 득점한 모든 점수를 합산해 최종순위를 가리는 방식이 독특했다. 다른 구기종목 등에서 단순히 승패율로 순위를 가지는 방식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물론 매 경기마다 승자에게 승점 3점이 추가 부여되긴 했지만 선수들이 매 경기 공격으로 따낸 득점이 많아서 추가로 부여된 승점이 순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7경기를 모두 졌다 해도 매 경기 많은 득점을 올리면 1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득점에 의한 순위 결정 방식은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45분 내내 전 경기를 관람한 이들은 한 점이라도 더 따내려는 선수들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공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시범경기가 아닌 실제 성적을 가리는 경기였다면 1분 동안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선수들의 불꽃 튀는 공격이 끊이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인단체점과 함께 개인전에서도 종래의 재미없는 태권도 경기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리그전 도입은 경기 자체에 대한 완성도나 흥미 외에 태권도가 프로경기로 가기 위한 첫 단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실업연맹의 이번 시도는 프로리그화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연중 인기를 모으는 스포츠 경기, 특히 프로경기는 거의 모두 리그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리그전은 스포츠 경기를 계획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관객 없이 존재할 수 없는 프로경기에서 경기 자체를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것은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다.

토너먼트에 비해 순위 결정 시간이 길다는 단점도 오히려 프로경기에서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관객들이 스포츠 경기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되고, 팀과 선수 이외에도 미디어 등에서 경기를 하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업연맹이 리그전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지만 2년여 전부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실업연맹 측은 이번 테스트를 시작으로 리그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본격화하고 타 단체와 연계한 대회와 TV 방영 등을 통해 리그전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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