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제35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모 시도협회 소속 임원의 심판폭행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폭행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대한태권도협회가 폭행당사자들에 대한 징계수위 여부였다.

결국 솜방망이 징계로 끝났고, 이로 인해 대한태권도협회 임춘길 전무이사에 대한 인기는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심판폭행과 관련해 솜방망이 판결은 임 전무가 강조했던 경기장 질서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액션촬영장을 방불케 했던 난잡한 경기장 문화의 원점 회기를 의미한다. 전국체육대회가 다음달 17일부터 열린다. 코앞에 닥친 전국체전으로 인해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물론 걱정하는 이유가 결코 지난 전국소년체전에서의 폭행사태 이후 솜방망이 징계 때문만은 아니다. 심판분과 부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과 경기분과 위원의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받았다 돌려준 사건 등 최근에 일어난 사건과 의혹들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가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폭행사태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의 후유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태권도를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먼저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심판 부위원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소문으로 인해 자신의 명예의 치명타를 입었다며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하겠다며 이미 고소장을 작성해 대한태권도협회에 제출한 상태다. 대한태권도협회 임춘길 전무이사도 당시 금품수수에 대한 의혹을 벗어야 한다며 경찰수사 의뢰방침을 결정했었다.

며칠 후 대한태권도협회는 돌연 경찰수사 의뢰방침을 철회했다. 경찰수사가 진행될 경우 자칫 잘못하면 각종 언론과 매스컴에서 보도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태권도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태권도 명예손상을 우려해 경찰수사 의뢰를 포기한 것은 충분한 명분이 된다.

그러나 경찰수사 의뢰를 포기하는 대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금품수수와 관련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장담했다. 아직까지 의혹해소는커녕 진상조사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이러한 의혹의 시선을 잠재우고 싶어 하고 있다. 협회는 하루빨리 태권도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들을 선정,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그 결과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약 금품수수 의혹이 한낱 소문으로 밝혀질 경우 심판부의 리더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때가되면 명예롭게 심판부위원장의 역할을 마무리할 권리가 있다.

반면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심판부위원장은 물론 이와 관련된 자들을 중징계 조치하고 다시는 태권도계에 금품수수가 횡행할 수 없도록 하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

경기분과 소속 한 위원의 경우는 경남의 K고등학교 팀의 남자선수 학부모로부터 승부조작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의혹을 받기 시작하자 뒤늦게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한태권도협회는 그 당사자를 불러 꾸짖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받았던 돈을 다시 돌려줬다고 하지만 죄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사실이 드러난 만큼 학부모의 아들이 메달을 획득하는데 심판들의 힘이 작용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돈을 건넨 학부모와 선수, 코치, 돈을 받았던 경기분과 위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만약 강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승부조작과 관련해 학부모, 지도자, 심판 등 엄청난 돈 거래가 난무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진상조사로 인해 공연히 논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 있다면 좀 껄끄럽더라도 깔끔하게 털고 가자는 것이다. 태권도 제2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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