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주 감독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올해 초 이집트에서는 이웃 튀니지의 ‘재스민혁명’ 영향으로 ‘1 ․ 25 반정부 시위’가 촉발되었다. 호스니 무바라크(Muhammad Hosni Said Mubarak) 대통령의 30년 독재에 항거하는 이집트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졌고, 2월 11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국은 여전히 불안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KOICA 태권도 봉사요원과 한인 사범들이 급히 이집트를 떠나 귀국하는 가운데 이집트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이효주(51) 감독만은 외로이 이집트에 남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선수 14명 등 총 18명의 선수단을 꾸려 경주를 찾았던 이 감독은 “대회에 참가를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집트 국내 사태로 국가대표도 제대로 선발 못해 전년도 대표선수들로 참가했다”고 말했다. 왜 소요 당시 귀국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어려운 시기에 같이 있어주는 것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도망가면 자녀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대답했다.

이 감독은 1989년부터 15년간 터키 국가대표팀을 지도해 터키 태권도의 발전을 이끌었었다. 이번 세계대회에서 4번째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터키의 태권도 영웅으로 불리는 바흐리 탄리쿨루(Bahri Tanrikulu)가 바로 초등학교 시절 이 감독이 발탁해 키워낸 선수다.

이집트 대표팀은 2009년 7월부터 맡았다. 평소 수도 카이로의 올림픽센터에서 남자 25명, 여자 10명 정도의 선수를 1, 2진으로 뽑아 상비군체제로 훈련한다.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따로 없다. 
 
이집트는 과거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적도 있지만 지금 실력이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 이집트로 돌아가기 전 이 감독은 “국제무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팀들의 특징은 국가협회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메달보다는 이집트 태권도의 장기적 발전을 목표로 터키에서 그랬듯이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좋은 경기력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오지는 않는다. 좋은 시스템과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선수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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