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에서 태권도 종목에 대한 퇴출 논의가 있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올림픽에서 태권도 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이러니일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이야기와 비유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즘 화장실 이야기에 공감하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태권도 올림픽 체급에 관한 문제는 언젠가는 논의되어야할 필연적 내용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인 스포츠 경기에서 체급은 왜 필요한가? 그것은 바로 윤리학적 논쟁거리의 하나로써 스포츠의 공정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수가 같은 기술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체격조건과 체력에 따라 그 경기력 발현은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격투술적 대인경기에서 만큼은 유사한 체격조건 아래서 개인의 경기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 체급 생성의 근원적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태권도 경기의 경우, 국내대회와 국제대회에서는 핀급(-54Kg)에서부터 헤비급(+84Kg)까지 8체급으로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올림픽 경기에서는 거의 두 체급씩을 묶은 개념으로 -58(-49)Kg, -68(-57)Kg, -80(-67)Kg, +80(+67)Kg 4체급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것만도 감지덕지이고,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태권도 경기장에서는 경량급임에도 불구하고 180cm를 넘나드는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4～6Kg의 체급 간격을 두고 있는 8체급 경기에서도 신장의 차이 때문에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즉 같은 체급의 선수라고 할지라도 커다란 신장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외국선수와의 신장차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전 체급이 출전하지 못하는 국제대회를 대비해서 출전할 체급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에도 체격조건에서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거나 메달획득의 가망성이 없는 체급을 우선적으로 제외하는 사례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은 강력한 우승후보가 있는 체급을 제외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선수와 외국선수와의 체격조건을 고려한 결정일 것이다.

특히 올림픽 체급의 경우는 현행 체급 급간의 2배에 해당하는 10～12Kg의 급간이기 때문에 체격조건의 격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같은 체급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12Kg의 체중차이와 20cm 이상의 신장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태권도는 이제 세계인의 무도스포츠이다. 따라서 국가주의 입장에서 한국선수에게 끼워 맞추자는 의미에서 체급 확대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올림픽 체급은 스포츠의 윤리적 측면인 인본주의와 공정성 문제로부터 그 심각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 몇몇의 IOC 위원이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태권도 경기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가 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보호용구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던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왜 체격조건의 차이에서 올 수 있는 위험성 논의는 제외되었으며, 그를 토대로 체급의 수를 늘리고자 하는 시도는 왜 하지 못했는가?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8체급으로 치러질 경우에 메달경쟁을 해야만 하는 스포츠 강대국의 견제를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정식종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우리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조건에서의 경쟁성, 즉 인본주의나 스포츠의 공정성 문제를 고려하여 8체급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안정된 자리 찾기에 한숨을 돌린 즈음에, 체격조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전달해주어야 한다. 즉 동일한 체격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이 체격차이로 인한 충격 때문에 위험성이 배가되어 치명적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태권도 경기의 체급수 확대 문제는, 스포츠에서 인체의 폐해방지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도핑컨트롤을 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경기의 위험성을 최소화 하고 선수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올림픽 체급은 8체급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올림픽의 태권도 8체급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움직여야만 한다!

안용규 전문위원(한국체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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