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46kg급 우승 김소희

2011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5일째 초조해진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주인공은 여자 -46kg급에 출전한 고교 낭자 김소희(서울체고 3).

김소희는 대회를 한 주일 남기고 몸을 풀다가 매트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발가락 인대가 끊어진 것 같다는 팀 닥터의 소견에 가슴이 철렁했었다. 다부진 각오로 대회에 나서 32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례예스 졸리아(Reyes Rivera Zolia)를 상대로 경기를 장악해 15대 5로 대승했다.

대만 리완첸(Lee Wan Chen)과의 16강전에서도 12대 4로 크게 이기며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골절되고 피부가 벗겨져 나가는 부상을 당했다. 도핑검사 때문에 진통제조차 맞지 못하고 너덜거리는 손가락을 붕대로 동여맸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소희는 투지를 잃지 않았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4위인 스페인의 엘라이아(Torronregui Elaia)를 제치고 맞은 고비는 준결승전. 상대는 2010년 유럽 챔피언십 금메달과 2011 독일 오픈 금메달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 터키의 일디림 루키예(Yildirim Rukiye). 신장과 체력에서 우세한 루키예를 상대로 김소희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왼발 몸통 공격을 먼저 성공시켜 결승에 진출했다.

김소희의 진가는 결승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중국의 리자오이(Li Zhaoyi)를 상대로 왼발 머리 내려차기에 이어 오른발 머리 내려차기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상대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은 상황에서 뒤후리기와 뒤차기를 연이어 성공시키는 화려한 테크닉을 과시하며 13대 6의 큰 점수 차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소희는 “16강전에서 당한 손가락 부상 때문에 모두들 다음 경기 출전을 만류했지만 세 경기만 넘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다. 결승전에서는 아프다는 감각조차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대회만 6차례 석권한 김소희의 장점은 투지와 경기를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공격과 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머리 공격술에 있다. 이번 대회에서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고비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외국선수들의 견제발에 대한 대처 역시 남달랐다. “대회 4일째까지 외국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면서 견제발에 대비책을 세웠다. 상대가 견제발을 사용할 때 뒤로 빠지기보다는 사이드스텝으로 옆으로 빠지며 공격 기회를 잡아냈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난 7일 저녁 고향 제천으로 내려간다며 김소희는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최고의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 세계대회 2연패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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